나의 해외 여행기/미국 RV 여행기

제 3 권 미국 중서부 여행기

반달이네 집 2008. 10. 30. 16:42

제 5 편 다시 동쪽으로

 

 

Yosemite 국립공원

 

 

                                                                                                       6 월 15 일 목요일

 

     오늘 일정은 Eureka에서 Yosemite 국립공원으로의 이동이다. 주행거리가 400 마일이 넘는 먼 여정이다. Eureka에서 101 번 도로를 남하하다, Ukiah에서 20 번 도로로 갈아탄다. 20 번 도로는 중간에 Clear Lake 라는 상당히 크고 물이 맑은 호수를 끼고 달리는데 길이 좁고 굴곡이 심해서 운전하기가 어려웠다. Williams 에서 5번 도로를 갈아타고, 캘리포니아 주도인 Sacramento 를 지나 Merced 에서 Yosemite 직행로인 140 번 도로를 탔다.  

     Yosemite 로 접근 할수록 건조한 기후 현상이 차창 밖으로 두드러진다. 5 번 도로 연변에는 쌀농사를 짓는 논이 잠시 동안 펼쳐지기도 했었다. 그런데 다소 의외였던 것은 재미난 것은 논의 모양이 우리의 그것을 닮은 것. 흔히 상상하듯이 넓은 평지에 반듯하고 비행기로 볍씨를 뿌리는 그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논둑의 선에 굴곡이 있었고, 필지도 의외로 크지 않게 분할되어 있었다. 아마 수답의 특성상 물의 평형을 위한 조치 리라 생각 된다, 벼 줄기들이 가지런히 정렬하여 서 있는 것이 모내기도 한 것일까. 이런 모습이라면 우리나라도 농가당 경작면적을 확대하고, 기계화 한다면 경쟁력이 꼭 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겠다 싶었다. Yosemite 공원에 가까운 Midpines KOA 캠핑장에 묵었다.

 

 

                                                                                                     6 월 16 일 금요일

 

      Yosemite 국립공원이 가까워 오면서 처음에 생각한 것은 우리가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대하여 너무 과대 포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었다. 하기는 샌프란시스코와 LA 에 한국교민이 많아서 그럴 개연성이 있겠다 싶기도 했다. 왜냐하면 우선 주위의 산들이 너무 평범해 보였다. 큰 인물 주위에 뛰어난 인재들이 모이듯, 명산 근처에는 그럴 듯한 풍경이어야 하지 않느냐는 선입견이

 

Tunnel View에서 바라본 요세미티 계곡. 왼쪽 각진 바위가 El ;Capitan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웬일인지 들판을 덮은 풀들은 모두 늦가을 초원 같이 누렇게 시들은 모습을 하고 야트막한 벌거숭이산들만 눈에 띄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가 South Entrance 를 지나 국립공원 경내를 들어 와서도, 20 마일을 달려 Yosemite valley 를 진입하기 전까지 그랬으니 거의 절망감이 들 지경이었다. 

 

Yosemite Falls

 그런데 Yosemite Valley 에 진입 하여 화강암을 쪼아 뚫은 수백 미터에 달하는 터널을 지나 펼쳐지는 Tunnel View 에서의 풍경은 정말 놀라움 그 자체였다. 계곡 전체가 하나의 통 바위로 이루어 진 듯, 모든 봉우리 들이 강한 화강암 빛을 띠는 통 바위들이다. 마치 장군처럼 품위 있게 정방형으로 우뚝 솟은 ‘ El Capitan’ , 둥근 공을 반 도막낸 것 같은 ‘Half Dome’. ‘Yosemite Falls’ 과 그 외의 기암들과 숲과 계곡이 한눈에 들어오는 ‘Tunnel View’ 의 장관은 모든 의구심을 활짝 개게 하고 의심한자의 부끄러움을 느끼게 한다.

 

 

      안내판의 설명들을 종합해 보면, 지각의 작용으로 요세미티 계곡 주위에 화강암층이 돌출해 올라오고, 이것이 풍우에 씻겨 V 형의 홈들이 패이기 시작 했고, 빙하기에 이르러 빙하가 덮이면서 얼음판과의 마찰로 인한 깨짐, 빙하의 흐름에 의한 마멸 등으로 이런 모습들이 되었다고는 하는데.. 이런 장관을 이런 도식적인 설명으로 이해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일 것이다.

     우리는 Bridalveil Fall 을 기점으로 Mirror Lake Trail 코스를 잡아 Half Dome 과 인근의 산봉우리 코 밑을 걸으며 그 자연의 속살을 즐겼다.

Half   Dome

 

Half Dome 밑자락의 Mirror Lake 의 아름다운 모습

우리나라명산들과의 차이는 이' Half Dome' 이라던가 ' El Capitan' 이라던가 하는 것들이 하나의 큰 산봉우리 규모의 통 바위면서 그 절개 되고 깎인 부분이 마치 방금 정으로 쪼아 낸 듯이 생생한 빛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신기한 것은 Bridalveil 폭포, 요세미티 상-하 폭포와 그 외의 많은 폭포들이 인근의 건조 기후에는 걸맞지 않게 엄청난 수량을 쏟아 내고 있는데 그 위에는 눈 덮인 산들이 있다는 것. 마치 옛 중국인들이 꾸며낸 무릉도원이 이 좁은 Yosemite Valley 에 꾸며져 있는 것 같았다.

      Mirror Lake Trail 은 약 1 시간 반 동안의 하이킹 코스였다. 거의 끝 부분에 있는 Mirror Lake 는 일테면 많은 시인 묵객들의 회자 대상이었다고 하는데 집사람들의 사진을 찍었더니 보기 좋았다.

 

 

     요세미티 공원 인근의 숙박지로부터 이 요세미티 계곡까지는 하루에 5~6 번의 유료 Shuttle Bus (왕복 약 8 불)가 있어 많이 이용하고 있으며, 직접 차를 몰고 온 사람들은 계곡안의 주차장에 차를 두고 공원 측에서 무료 운행(15 분 단위로 운행) 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Maripose Grove 의 Giant Sequoia 숲안에 쓰러진 고목 ;사람들이 마치 정차한 기차 옆에 서 있는 것 같다

 

사람 머리통만한 솔방울

                               

     요세미티 계곡을 돌아 나와, 다시 그 남쪽에 있는 Glacier Point Road 를 타고 Glacier Point 로 차를 몰았다. Glacier Point 는 요세미티 계곡을 굽어보는 높은 고지로, Half 돔이라든가 Yosemite Falls , 기타 봉우리들이 바로 눈 아래서 옹기종기 펼쳐져, 계곡 전체에 대한 이해를 돕고 그 풍치가 장관이어서 꼭 방문해야 할 곳으로 생각이 든다. 공원 밖에서 오는 셔틀버스나 관광버스들은 여기를 생략하기 때문에 이것은 우리가 차를 직접 몰고 여행하는 프리미엄 같이 느껴졌다. 게다가 주차장 인근에 Black Bear 암놈 한 마리가 새끼를 데리고 주차장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서비스까지 추가로 받았다.

 

 

      다음에는 South Entrance 인근의 Maripose Grove에서 Sequoia 숲에서 남은 시간을 보냈다. 내 머리통 보다 큰 솔방울, 일곱 여덟 아름은 될 수목들이 풍채가 놀랍다. 뿌리 채 뽑혀 누워 있는 것은, 집사람이 그 옆에 서니 마치 기차 옆에 서있는 것 같이 보인다.

 

 

Tioga Road 를 통한 요세미티 공원 횡단

 

                                                                                                  6 월 17 일 토요일

 

      아침의 가벼운 스트레칭은 하루의 시작을 산뜻하게 한다. 미국에 온 이후 예외적으로 몸이 아파 거른 며칠을 제외 하고는 매일 아침 운동으로 스트레칭을 한다. 한 20 분 정도를 근육을 풀고 나면 운전하거나 차창 밖을 바라보는 것 이외에는 운동이 없는 일과를 견딜 수 있다. 특히 한 자세를 길게 유지 하며 묵주 기도라도 올리노라면 마음까지 편하게 해준다.

 

     오늘은 요세미티의 캠핑장을 나와 인근 도회지인 Merced 를 둘렀다. 네바다 주와 유타 주의 사막지역 주행을 앞두고 엔진 오일과 기타 차에 대한 Check 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이 토요일이라 자동차 정비소가 일을 할까 걱정을 했는데 다행이 일을 하고 있었다.      엔진 오일 교체를 위해 찾아 간 곳은 마침 40세 정도의 라오스 출신 정비공이 일하는 곳이다. 대개 정비 업소들이 바닥에 지하로 가슴 높이의 작업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서서 차 밑에서 폐유를 뺀다든지 브레이크 라이닝 등을 점검한다든지 하는 것인데, RV 의 높이를 감안해서 작업장의 문 높이만 고려하여 찾아간 곳이 이것이 없었다. 그런데도 이 동양인은 할 수 있다며, 45 불만 주면 하겠다고 했다. 바닥으로 기어들어가서 일을 하겠다는 것.   1980 년 15 세 때 미국으로 왔다는 이 라오스인을 나는 처음에는 중국인인 것으로 짐작하고, 주유소의 주인이냐고 물었더니, 아니라며 이 가계에서 13 년을 근무한 고참이라고 어깨를 으쓱 했다. 얼굴 표정이 착해 보여서 - 사실은 지정 정비업소 체인점인 ‘Jiffy Lube’ 같은 곳에서 35 불이면 할 수 있는 것을 - 그냥 맡겨 버렸다. 나중에 미국에서의 삶이 어떠냐고 물어 보았더니 ‘영어를 잘하면 좀 더 벌 수 있을 터인데 그렇지 못해서’ 하고 겸연쩍어 한다. 라오스의 내전, 베트남의 내정 간섭 등 혼미한 조국을 벗어나 25 년 이 지났는데도 아직 자기 가계 하나 갖지 못하고 객인 정비공이라니 그의 삶도 애처롭다.

 

      오늘은 120 번 도로- Tioga Road 라고도 한다. - 를 타고 요세미티 공원을 서에서 동으로 횡단한다. Tioga Road 라고도 불리 우는 이 길은 어제 까지는 눈 때문에 막혀 통행이 금지 되었다가 오늘 처음 개통 되는 것인데 ‘요세미티 계곡’에 못지않은 놀라울 정도의 장관이다. 바로 요세미티 계곡 북쪽의 고원 지대에 있다.      애초 19세기 말에 광산 붐이 일 때 그 용도로 이 산맥을 서쪽에서 동으로 접근하는 도로를 건설 하였는데, 길이 완공 될 즈음에 광산 붐이 식어 쓸모없이 버려져 있다, 1910 년도에 관광 진흥적인 측면에서 다시 재정비하여 개설한 도로가 이 도로라고 한다. 어제 El Capitan, Half Dome 과 거대한 암석봉우리의    북쪽 연장으로 거대한 바위 봉우리들이 위용을 자랑하는 고원 지대를 보았는데 이곳이 그곳이다. 최고 고도 3,300m, 도로의 평균 높이는 2,000 m 를 넘는데,

 

 

 

Tioga Road 주변 경치

       그 높이에도 도로변에 침엽수림이 우거져 있고, 길옆의 화강암 들은 어떤 것은 마치 시루떡 같이, 어떤 것은 마치 정갈한 벽돌을 가지런히 쌓은 것 같이, 층을 이루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정으로 쪼아 놓은 듯 평평한 테이블을 이루고 있기도 하며, 이 계절에 길옆에 두 자 이상 쌓인 눈, 깊은 계곡, 담그면 손이 시릴 정도로 물이 찬 호수 등등 ... 관광객들이 휴식을 위해 정차를 하면 Marmort 들이 오히려 사람 구경을 하다가, 사진을 찍으려고 접근하면 은근히 꽁무니를 빼고는 한다.

 

 

 

     오늘 요세미티를 서에서 동으로 횡단 하면서 정말 신기하고 이해 할 수 없는 것은 공원의 서쪽이 마치 아프리카의 건조한 사파리처럼 메마른 초지의 연속이었고, 공원 동쪽 출구를 벗어나면 또 바로 수목은 없고 엉겅퀴 같은 건조 지대 풀만 자라는 사막지역이 연결 되는데도, 요세미티 지역만은, 높이가 100m 가 넘고 둘레가 열 아름이 되는 거목들이 자라기도 하고, 침엽수들이 깊은 수림대를 형성하고, 풍부한 물까지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물은 눈 녹은 눈물이 주종을 이루는 것일까. 지금 6월 중순임에도 골자기에 노도처럼 흐르는 시냇물도, 길 옆 도랑과 바위틈을 쫄쫄 흐르는 작은 물도, 호수의 물도 모두 뼈 시릴 정도의 차디찬 물 일색이다..

 

 

     요세미티를 지나 요세미티 동쪽에서 남북으로 달리는 395 번 도로를 타고 남하 하다가 Mammoth Lakes 인근의 Mammoth Mts RV Park 에 묵었다.

 

 

 

Mammoth Lakes 와 시에라 네바다

 

                                                                                                      6 월 18 일 일요일

 

 

       Mammoth Lakes 란 높이 약 3천 미터의 Mammoth 산 를 중심으로 한 호수들의 이름을 딴 관광 도시이다. 세계적인 스키 리조트임을 자랑한다고 하는데 연평균 강설량이 10 m 이상인데다 2,700 m 이상의 고원지대이기 때문에 눈이 오래 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기는 Mammoth Lakes 시에서 Devil Postpile Nat'l Monument 로 가는 길은 최근에 내린 눈으로 폐쇄되었다는 안내가 있는 것으로 보아 역시 눈이 많이 오는 모양이다.

      캠핑장 뒤쪽으로는 가문비나무 숲이 있고, 그 뒤에 학교가 있다. 정문을 통해 들어간 것이 아니고 새벽 숲길을 돌아 들어가 경계를 넘은 것이라, 무슨 학교인지는 모르지만 라이트 시설을 갖춘 미식 축구장에 전광 스코어판까지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고등학교 이상은 될 것이다. 주위는 바위산들이 둘러서 있고, - 이곳 시에라네바다 봉우리들은 요세미티 공원을 비롯해서 모두 통바위 (Monoliths) 들이다 - 눈 덮인 산정, 그 산자락의 침엽수림 등... 새벽 교정의 적막함과, 주위의 아름다움, 그리고 창공으로 솟구치는 태양. 아침 산책은 번잡한 생각을 정리해 준다.

 

Panorama Dome 과 Mamie Lake

                                                                    

      캠핑장을 나와 호수 등을 구경하기 위해 산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Panorama Dome - 바닥의 Twin Lake, Mamie Lake 를 굽어보는 하나의 뾰족 솟은 암반과 그에 연이은 화강암 산줄기들의 이름 - 의 모습이 차고 맑은 호수 위에 작은 파장에 원형을 흩트리며 비추어 있고. 침엽수에 둘러싸인 호수에는 오늘 주말이어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보트를 타며 이 서늘한 초여름의 풍광을 즐기고 있다. 호숫가를 산책하며 부러움을 삭이다 다시 395 번 도로를 타고 남하 했다.     395 번 도로의 오른쪽(서쪽)은 시에라네바다 산맥. ‘시에라’란 스페인어로 ‘산맥’ ‘연산’ 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대다수가 고도 2,500m~4,000m 에 이르는 통 화강암 산들이라 화강암의 강인함과 빙하 등에 깎인 예리한 윤곽들로 강한 인상을 주는데, 특히 좌우의 건조기후 - 특히 동쪽의 경우 Death Valley 등으로 대표 되는 건조 사막기후 지대 임. - 에 어울리지 않게 한 여름에도 정상에는 흰 눈을 쌓이고, 그 산자락에는 그 눈 녹은 물들이 차고 아름다운 호수들을 이루며, 건장한 침엽수림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 정말 경이롭다. 

 

 

       Mammoth Lakes에서 조금 더 남하하면 Convicts Lakes Resort 가 있다. 웅장한 바위산과 그 밑의 침엽수림, 호수가 있는 것은 시에라네바다의 다른 산과 크게 다를 바 없는데, ‘죄수들이 호수’라는 이름이 이채롭다. 19세기 말 인근 네바다 주의 Carson City 에서 몇 명의 범죄자들이 탈주하여 이 호수 상류로 숨어들었고, 여기에서 추격대와 총격전을 치른 후 죄수들은 모두 탈주에 성공하였다고 한다. 오히려 추격대장인 Morris 가 저격당해 죽었다고 하는데 이 사건에 비롯하여 이 호수를 Convict Lake, 그 뒤의 주봉을 Morris Mt 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주위는 뜨거운 사막지대로 바뀌었다 .

      395 번을 따라 더 내려가니, 주위는 완전 사막지대로 바뀌며 뜨거운 태양과 바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왼쪽으로는 Death Valley, 미군의 Ordinance Test 장등이 있는 완전 사막지대이고 오른쪽에는 미국 최고의 산 Witney 산 표지판이 보인다. 온도가 자꾸 높아지는 엔진도 식힐 겸. 운전 교대를 할 겸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서면 그 열기가 장난이 아니다. Klamer Jct 에서 58 번 도로를 갈아타고 동진하여 Bestow에서 15 번 North 를 조금 맛보다가 Ghost Town 출구에서 나와 KOA 에 들었다. 오늘이 일요일 오후여서인지 Las Vegas 에서 LA로 향하는 15 번 남행길은 차에 차가 꼬리를 물며 길게 늘어서 있었다.

 

 

Las Vegas 

 

                                                                                                       6 월 19 일 월요일

      사막지대라서 일까, 어제 저녁에는 견디지 못 할 정도로 더워 얼굴이 붉어지고 땀을 철철 흘리면서, 잠을 못 이루었었는데 밤엔 한기를 느끼어 몇 번 깨기도 했고, 아침에는 제법 서늘하여 광야에 나가 운동을 하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마치 달나라의 그것 같은 풍경들. 깡마른 강퍅한 산줄기가 저만치 꼬리를 물고 뻗어나가고, 출렁이는 평원에는 마치 마른 댑싸리같이 생긴, 이곳 사막지역에 흔하게 볼 수 있는 덩치 큰 마른 풀이 곰팡이가 피듯 흩어져 있고, 가지가 가늘고 잎이 작은 키 낮은 관목들이 빛바랜 초록빛을 띠우며 마른 평원에 희미한 초록빛을 흩뿌리고 있다.

      동편 산봉우리 배면들이 황금가루를 뿌린 듯 아스라한 붉은 빛을 띠더니 정작 태양은 엉뚱한 곳에서 불끈 머리를 내민다. ‘아!’ 하는 탄성이 절로 튀어 나오는 광야의 일출. 햇살은 피부를 찌르듯 아릴 정도로 따가웠다.

 

      캠프장에서 라스베가스 까지는 160 마일 정도. 아직 오전이라 열린 차창으로 흘러드는 바람이 시원하다, 듬성듬성 마치 작은 소나무처럼 생긴 선인장들이 노변 곳곳에 우뚝우뚝 서 있는 길을 달려 Las Vegas 에는 저녁 무렵 도착 했다.

 

      Las Vegas 어른들의 동화의 나라인가. 현대식 고층 건물인 호텔 정면에는 황금사자, 익룡, 파라미드, 자유의 여신상, 에펠탑 따위의 장난기 어린 조형물들을 설치해 놓아, 마치 어른들의 시들은 치기를 다시 살려 내려고 장치한 무대장치 같다 보인다. 우리가 달리는 Freeway 15번과 평행으로 Las Vegas 심장부인 Las Vegas Boulvard 일명 Strip 이 함께 달리며 대다수의 카지노와 호텔들이 이 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우리는 Circus Circus Hotel 에 투숙했다. 제법 높고 화려해 보이는 3동의 고층 건물과 카지노, 서커스 공연장과 기타 유락장들이 있는 부속건물들이 그럴 듯 해 보였는데, 배정된 본관의 방은, 방값 78 불에 비해서 정작 쓸모없이 크기는 했지만 우중충 했다. 차라리 50 불 수준의 별관을 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찜찜한 기분이 들 정도이다.

 

     저녁을 먹고 Strip 가를 따라 왕복 1 마일 정도를 산책 했다. 각 호텔 카지노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과장된 조형물과 이벤트 행사로 고객을 유혹 한다.   

어찌 보면 일상인들이 정상생활 속에서 습득한 절약이라든가 절제라든가 따위의 두터운 규범의 벽을 허물기 위해 정찬에 앞서는 전채 요리처럼 과장과 치기와 낭비를 아낌없이 퍼붓는다

. 나도 정서적 수용력을 넘치는 자극으로 환락의 비틀거림 속으로 휘청거리며 달려 들 수 있을 것 같은 유혹을 느끼며 피곤한 다리를 이끌고 호텔로 돌아왔다.

 

     서어커스를 볼 때는 인간에게 수련이란 것이 저런 것이겠구나 싶게 처연하고 비장한 감정을 느낀다. 역학적 이론으로나 가능한, 나의 영역이 아닌 연기자의 묘기를 감상할 때마다 마치 성인의 득도를 찬탄하는 그런 부러운 감정을 느낀다. 호텔 내의 ‘Midway' 라는 공간에서 무료로 30 분마다 공연되는 Circus Show 에서는 ‘ 링메이’ 라는 중국인 여자 곡예사가 곡예라기보다는 체조 공연 같이 어깨 높이의 수직 봉 위에 한손으로 물구나무를 서서, 각 방향으로 하체를 움직여 가며 균형미를 과시 했다. 전직 체조 선수가 아니었을까 싶은 완벽한 공연이다.

 

 

Zion Canyon

 

                                                                                                       6 월 20 일 화요일

 

       Las Vegas 에서의 숙면은 짧았다. 어제 늦게 야경을 구경하고 돌아 와서도, 오랜만에 방 같은 방에서 자는 것이 어설퍼 뒤척이 다 자정을 넘어 잠들었는데 새벽녘에 선영이의 전화에 잠을 깨었다. 직장 첫 출근 날이라 선배들과 한잔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라며 들뜬 목소리다. 얼마나 좋을까! 이제는 혼자 설수 있다는 것이. 이럴 때 엄마 아빠가 곁에서 챙겨 주며, 부추겨 주며 해야 하는데, 이렇게 멀리 자기들만 스스로를 즐기고 있자니 미안하다.

 

      Las Vegas 를 나와 Zion Canyon 으로 향했다. 15 N 를 타고 가다 9 번 도로로 갈아타고 동진했다. 주위의 경치가 예사롭지 않다. 평평하던 대지가 지각작용으로 솟구치고 가라앉은 균열 면이 세월의 씻김에도 아직 마모되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켜 켜의 지층을 보여 주고 있다. 어떤 것은 썰어 놓은 시루떡 같이 정갈하고, 어떤 곳은 불도저로 밀다 쉬고 있는 공사 현장 같은 모습 - 지질용어로는 Mesa(암반 대지)라고 한단다. 하느님이 창조하다 잠시 손을 쉬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모습들. 이곳의 풍경 스케치는 자와 컴퍼스만으로도 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Zion 캐년은 87년 미국 근무 후 귀국길에 함께 발령 받은 동료들과 얼치기로 관광한 곳이다. 그 당시에는 어린 아이들을 둘씩 거느린 다섯 가족이 봉고차에 북적거리며 차창 밖으로 흐르는 경치만을 감상 했었다. 20 년이 지난 지금, 그 때의 감흥은 기억나는 것이 없다. 하기는 Zion Canton 과 , Brice Canyon 을 바꾸어 기억 한 것을 오늘 알았으니 다른 무슨 말이 필요할까.

 

 

 

      Zion Canton 의 남쪽과 동쪽 입구를 관통하는 도로는 중간에 터널을 지나게 되어 있는데 - 20 년 전에는 여기를 작은 차량이라 주의하지 않고 지나 친 것 같다 - 1920 년대에 파 놓은 터널이 비좁아 RV 차들은 교차 운행 할 수 없어, 대형차가 통과 하려면 양쪽 터널 입구의 Ranger 들이 무선 교신하여 반대편 차들의 통행을 막고 에스코트 차량으로 선도하여 서행으로 일방통행하게 한 후, 통과 후에 반대편 차량들을 통과 시킨다. 터널의 길이가 1 마일이 넘으니 일단 터널을 벗어나면 맞은 편 차들이 수십 미터 줄지어 기다리며 부러운 눈길을 던지는 것이 여간 으쓱 한 기분이 드는 것이 아니다. 이런 대가로 공원 측에서는 대형차들에게 15불씩 특별 통행요금을 챙긴다.

 

 

 

       통과도로 양편의 풍경이 또 아름답다. 다소 연하고 낮은 바위 봉우리들은 어떤 것은 실타래를 세워 놓은 것 같이 경사 부분의 표면이 사리비로 쓸어 놓은 빗살무늬를 이루고, 어떤 것은 몇 켜의 떡 조각처럼 바위 판이 쌓여 있는 등 등. 정작 Zion Canyon 내부 협곡은 양쪽의 강한 암석 대지 사이로 푹 꺼진 6~7 마일의 폭 좁은 협곡으로, 작은 냇물이 협곡을 따라 흐르는데, 그 오금 저리는 바위 절벽과 바위봉우리들의 변화가 다양해서 눈이 휘둥그레져서 사진기를 가져대 보지만 그 높이와 웅장함이 도대체 화면 안에 들어오지를 않는다. 아니 화면이 그 풍경을 감당하지 못한다. 너무 높고, 너무 넓고, 너무 바르기 때문이다. 이 구간을 Zion Canyon Scenic Dr. 라고도 하는데 개인 차량의 통행은 금지 하고 공원의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여 혼잡을 없애고 자연미를 충분히 감상할 수 있게 한다. 운행 시간은 아마 5분마다 일 것 같이 기다리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는 정도로 자주 다닌다. 우리는 차량이 접근 할 수 있는 곳까지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가, 거기서 약 1.2 마일 구간의 Riverside Walk Trail 을 하이킹을 하고 돌아 나왔다.

  캠핑장은 Zion 캐년의 동쪽 출입구를 벗어나 Brice Canyon 으로 가는 도로상에 있는 Grendale KOA 캠핑장으로 잡았다.

 

     

 

Zion 의 또 다른 얼굴 : Kolob Canyons Road

 

 

                                                                                                      6 월 21 일 수요일

 

      캠핑장이 있는 Glendale 만해도 서늘하여 살 것 같다. 주위는 Brice Canyon 류의 작은 장관들을 갖추고, 수목들도 제법 있다. 우리 사이트 에 바로 붙어 말목장이 있었다. 우리가 자리를 잡는 동안, 말들이 목책 사이로 목을 들이 밀고 우리를 흘깃거리며 우리 쪽의 풀을 뜯고 있었다. 말들도 기름지고 온순해 보였다.

 

 

      캠핑장 등록을 하면 대개 직원들이 전동 카트를 타고 각자의 캠핑사이트까지 안내를 한다. 순수한 안내로 이들은 팁을 주어도 거절한다. 이 캠핑장에는 그 역할을 초등학교 5~6학년 정도로 보이는 소년이 했다. 그런데 전동카트가 아니라  말없이 머리를 꾸뻑 숙이고는 냅다 내달아, 우리에게 지정된 사이트에 서서 우리를 기다린다. 천진스럽고 귀여워서 뭔가 주고 싶었지만 줄 것이 없었다. 돈을 주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Glendale 캠핑장을 나와 89 번 도로를 북상하다, 14 번 도로를 타고 다시 서쪽으로 달린다. Zion 의 서편 Kolob Canyons Road 를 보기 위해서 다시 공원의 서쪽으로 우회하는 것이다. 14 번 도로는 Scenic Driveway 라고 하는데, 초반에 통과차량 크기제한에 대한 겁주는 안내판들이 마음에 걸렸지만 문제는 없었다.

 

 

      이 구간 14 번 도로 중간에 있는 Sedar Break Nat'l Monument 는 별 특성은 없다. Brice Canyon 류의 작은 규모 정도로 생각 되는데 Nat'l Monument 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었다. 움푹 꺼진 지반 위에 침식된 토성암들이 기둥처럼 서 있는 모습인데 전체 규모는 크지 않아 특별히 주장할 만한 내용은 발견하지 못했다. 차라리 대지 위의 3,000 미터 높이인데도 민들레 같은 노란 꽃이 만발한 초지와 기형적인 모습으로 하얗게 서있는 침엽수들이 더 아름다웠다.

 

 

 

Kolab Canyons Road 협곡의 씨알 굵은 우람한 바위 봉우리들

 

      15 번 도로와 만나는 Cedar City 에서 15 S 를 타고 Zion 의 다른 볼거리인 Kolab Canyons Road 로 들어섰다. 약 5 마일 구간의 Kolab Canyons Road 에 들어서면, 초반에 서쪽 평원을 왼쪽으로 곁눈질하며 고도를 높이다가 계곡을 만나 동쪽으로 꺾으면 계곡 연변의 거대한 암석 봉우리들이 우리를 맞는다. 각 봉우리들이 짱짱하게 각기 다른 모습으로 솟구쳐 있는 것이 마치 굵직한 아들들을 많이 둔 집안을 방문한 것 같은 믿음직하고 싱싱한 느낌이다.

 

Mid Fork of Taylor Creek Trail 에서의 하이킹

 

차로 올라 갈 수 있는 정점인 Kolab Canyon Viewpoint 에서 식사를 하고, 내려오는 길에 아래 부분의 Mid Fork of Taylor Creek Trail 을 하이킹 했다. 길이가 왕복 9 km. 안내 책자에는 3시간 내지 4시간 코스라고 했는데 집사람과 나는 두 시간 반 이내로 완주 한 것 같다. 한낮이고 저지대의 계곡이라 상당히 더울 것을 예상 했는데 작은 규모이지만  계속 흐르는 개울물과 숲이 더위를  식혀주기 때문이었을까 예상처럼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입구는 다소 메마르고 한 자 길이는 됨직한 도마뱀들이 가슴 썰렁하게 하기도 하는, 낮은 수목들이 듬성듬성 서 있는 황량한 계곡이었지만, 깊이 들어 갈수록 나무가 커지고, 양편의 바위벽 벼랑들이 높아지며 위용을 갖추어 간다.

 

Mid Fork of Taylor Creek Trail 끝인 Doublle Arch Alcove  ;대화소리가 울리는 천연의 Dome 형 Alcove

  Trail 끝 부분은 3면이 바위벽으로 막히며 거대한 Doublle Arch Alcove 가 우리를 맞는다. 거대한 바위벽의 100m 는 솟구쳐 있는 하단에, 거대한 야외음악당 같은 반구형 돔이 2 중 구조를 갖추고 우리를 맞는다. 이 반구형 돔은 그 크기가 장춘 체육관을 반쪽으로 자른 내부 공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대화소리가 반향으로 울리고, 그 안쪽으로는 습기 때문인지 큰 고목들이 생사를 초월해서 서 있는 다소 음산한 기운에 우리는 재빨리 사진 몇 장을 찍고 달음질쳐 내려왔다.

 

저녁에는 Cedar City 에 있는 KOA캠핑장에서 머물렀다.

 

 

 

Brice Canyon Nat'l Park.

 

 

                                                                              6 월 22 일 목요일

 

Brice Canyon 의 전경

       Cedar City에서 딸아이와 통화를 했다. 인천 공항 근무로 발령을 받았고, 24시간 근무에 3교대라고 한다. 혹시 하루 근무 하루 휴식이면 어쩌나 했는데 하루 근무 후 이틀 휴식 조건이라면 시간 관리도 가능할 것 같아 좋아 보였다.  딸아이의 취업이 집사람과 나의 기분을 고양 시켰다. 행복했다.

 

       Cedar City 캠핑장에서 나와 15번을 타고 북상하여 143 번- 12 번 도로를 타고 다시 동진 한다. 목표는 Brice Canyon Nat'l Park. 그러나 143 번 도로가 Scenic By-way 이고, 12 번 도로도 Red Canyon 을 따라 달리는 U.S. Scenic By-way 로 지정되어 있는 도로이니 만큼, 중도의 경치도 볼만 했다.

 

       Red Canyon 은 Brice 류의 경치로 붉은 토양의 Mesa 와 봉우리들이 볼만 했다. 유타 주는 건조하고 메마른 지형이지만 이런 비경들을 관광자원으로 하여 보상을 받고 있으니 신의 축복은 종류도 다양하다..

 

 

      Brice Canyon 에 대하여도 20년 전의 여행에 대하여 기억에 남는 것이 거의 없다. 그저, 깊고 넓은 협곡 바닥에 서릿발처럼 빽빽이 서 있는 ‘침식 된 바위기둥들’ 이라는 인상뿐인데, 오늘은 협곡 아래로 내려 가 Sunset Point 에서 Sunrise Point 까지 저지대 Trail (총길이 2.3 마일) 을 걸어 보니 그 진수를 느끼겠다.  각양 형상 - 뾰족탑 형, 지느러미 형, 사원이나 사람 형상 등등 -

 

Brice canyon 저지대에서의 트래킹

 

의 토성암의 기둥들이 마치 서안 진시황의 병마용처럼 넓은 계곡을 꽉 채우고 있다. 그 기둥들의 변화는 차라리 이것이 중국에 있었다면 중국인들은 그 모양들을 어떻게 각색하고 이름을 붙였을까 싶게 다양하다. 한국관광객들 중에 여승 한분이 흘끗 보였는데 그녀는 이곳에서 몇 분의 부처님을 만났을까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Brice Canyon 에서도 Zion 과 같이 셔틀버스를 무료 운행 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원 내에 개별적으로 개인들이 차를 운행 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어서 이용도가 낮아서인지  차량 운행이 불규칙하고 뜸했다.   공식적으로는 매 13분 간격으로 운행 한다고 하는데  관광 중 실제 몇 대 만나지 못했다 .   Brice Canyon 을 12 번 도로를 타고 통과하여 Cannonville KOA 캠핑장에서 묵었다.

 

 

 

Brice Canyon 의 각양의 바위기둥들: Temple 형, hoodoo 형 etc

 

 

 

Capital Reaf Nat'l Park

 

 

                                                                                                     6 월 23 일 금요일

                           

     이번 여행을 하면서 내가 자연에 대하여 너무 무관심하게 살아 왔다는 것을 깊이 반성하게 됐다. 일테면, 초지에 지천으로 깔린 야생화 군락을 보면서 이름 모를 꽃이 만발했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수준인 것이다. 미국 거의 전역의

 

 

Nat'l Park 를 돌면서 여행 일기를 쓰는 입장에서 Yellowstone 에서도 Yosemite 에서도 Zion 에서도 Brice 에서도 각기 다른 그 느낌을 적절히 표현하고 전달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작가의 길을 가겠다고 나서지 않은 것은 정말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풀이름, 나무이름, 자연현상에 대해 바보나 다름없으니 그 다양함을 어찌 표현하겠다고 나설 수 있을까.     오늘은 이들의 관광자료 등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를 사전도 찾아보고 물어 보기도 하면서 정리해 보았다.

 

Plateau : 고원, 臺地

Mesa    : 우뚝 솟은 대지, (지적용어) 메사, 암석 대지 ,주위가 절벽을 이루는 봉우리가 

             평평한 산.

Alcove  : 방, 벽 등이 우목한 곳

Hoodoo : 유령 등의 뜻으로 Brice Canyon 등에서 연질의 암석이 풍우에 씻겨 사람 형

             상으로 우뚝우뚝 서 있는 모습을 표현 한 것

Fin       : 지느러미의 뜻으로 사암이 벽같이 얇고 길게 세워져 늘어서 있는 모습이 물고

             기 지느러미 같다고 해서 붙인 이름.

Spire     : 뾰족탑, 원추형의 것

Pinnacle : 작은 뾰족탑

Tower, Temple, etc

 

 

 

  낮에는 엄청나게 덥지만 밤에는 서늘하고 새벽에는 한기까지 느끼게 한다. 밤중에 서늘한 한기 때문에 몇 번 깨어 잠을 설쳤지만 그렇게 피곤하지는 않다.  캠핑장을 나와 12번 도로를 타고 북동진 하여 Capital Reef Nat'l Park 로 간다는 것이 초반에 방향을 잘못 잡아 Local 길을 타고 남진을 하다 비포장도로를 만나서 30 분정도 헤매었다. 게다가 양 옆의 초원에서 아침나절에 얼떨떨하게 부지런해진 야생토끼들이 수시로 길 위로 뛰어 오르는 통에 조심운전을 해야 했다.

 

 

Capitol Reef 의 풍광들

 

   12번 도로는 scenic by-way 이여서 이동하는 내내 국립공원에 못하지 않은, 웅장함과 섬세함을 갖춘, 신비스러운 자연의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 지평선을 따라 흐르는 Mesa 들과 그 깎아지른 벼랑들, 그 벼랑에 어른거리는 석각 부조의 초벌 작품 같은 형상들, 지층의 색조와 그 결이 이루는 아름다운 변화가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벼랑에 어른거리는 석각 부조의 초벌 작품 같은 형상들

 

    Torrey 에서 24 번 도로를 만나 동진 하면 Capitol Reef 국립공원 이 나온다. Capitol Reef 는 일테면 Zion Canyon 과 Brice Canyon 의 종합 작품 같다고 하면 어떨까. 그 장엄한 면과 세세한 작은 변화를 함께 보여주는 느낌이다. 돌의 재질도 Brice 의 푸실한 것과 Zion 의 단단한 화강암 재질이 섞여 있다. 돌에 철분 등 광물질이 많아서 인지 적색 등 색조가 다양하여 Rainbow Park 라고도 한다고 한다.

 

    Capital Reef 에서는 지형적으로는 서쪽의 고원 지대와 동쪽의 ‘Waterpocket Fold' 가 볼거리라고 하는데 차를 몰고 조급하게 다니는 우리에게는 잘 접근 힐 수 없는 풍경이다. 국립공원 측이 제공하는 공원 구내 지도와 안내 문서에 항공사진에는 동편의 Mesa 지형과 서편의 저지대의 물 흐름의 흔적을 보이는 거대하고 폭 넓은 마른 저지대가 남북으로 길게 늘어져 있는 것을 보여 준다. 우리는 공원 Visitor Center 에서 남하하여 Egyptian Temple 로 대표되는 편도 10 마일 정도의 scenic driveway 를 취했다. 이 도로의 이름으로 명명되기도 한 ‘Egyptian Temple’ 이라는 이름의 봉우리는  신전 같은 

 

Capitol Reef 의 풍광들

 

      열주와 평평하고 수평의 지붕 모습의 암석 지층이, 풍화에 씻겨 깨어져 쌓인 것 같은 흙 언덕위에 솟구쳐있는 품이 어느 모로 보나 언덕 위 신전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이곳의 벼랑면의 암석들의 문양이나 바위의 생김새의 문양이나 형태를 한마디로 표현 한다면, 석조 조각들의 초벌 작업 후의 그것으로 보인다. 벼랑 면에 어른거리는 모습들은 어떤 것은 거대한 신들의 집회장 모습의 부조 작품 같기도 하고 어떤 것들은 또 다른 나름의 그런 석조 조각 작품의 초벌 작업의 그것 같아 보인다.

 

 

 

     24 번 도로로 다시 돌아와 동진하여 Capitol Reef 를 횡단 하면서 기분 좋은 일 한 건 했다. 이맘때의 유타 주의 태양은 뜨겁다. 대낮에 보행을 하는 것은 건강한 남자들도 견디기 어려운 고행의 길이다. 인근의 고대 인디언의 암벽화를 보고 차로 돌아와 땀을 식히며 차를 출발 시키려고 하는데 한 백인 남자가 차 주변에서 주춤 거리며 다가와, 문을 열고 나와 맞으니 Visitor Center 가 얼마 남았느냐고 물어 왔다. 한 10 마일 거리는 족히 될 것으로 생각되어 그렇게 말해 주었더니 낭패의 표정을 지었다.  

 

Capitol Reef 의 풍광들: Egyptian Temple

 

    그 뒤에는 일곱 살 정도의 어린 소녀가 포함된 4명의 가족들의 지친 모습들이 있었다. 산길을 트래킹 하여 Visitor Center에서 합류하기로 하였는데 길을 잃었다고 했다.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6 살 정도의 어린 소녀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태워주기를 원하느냐고 물었더니 구세주를 만난 표정이었다. 그들을 태우고 시원한 물을 먹이고 과일을 주면서 차를 돌려 Visitor Center 에 내려 주었다. 그 남자는 고마운 마음에 이것 밖에 보답할 것이 없다며 그가 쓰고 있던 프로야구 마크의 모자를 내밀었는데, 괜찮다고 받지 않았다. 이 더위에 그 모자를 벗기는 것을 거지의 속옷을 빼앗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나는 미국의 어린이들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몬태나 Choteau 에서의 농부의 아들, 캠핑장에서 부모를 도우는 아이들, 그리고 이 작은 소녀. 그녀는 그 더위의 행군 중에도 칭얼거리지도, 응석을 피우지도 않으며 가족일원으로서의 자기의 몫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차안에 들어와 아빠가 좌석에 앉아서야 아빠 몸에 비스듬히 누어 에어컨 바람에 뜨거워진 몸을 식히며, 나의 눈길을 의식하고 천진한 표정을 짓는다

 

 

Glen  협 곡

 

 

 

 

 

     Capitol Reef 를 벗어나, 24 번 도로를 동진하다, 95 S 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 왔다. 원래 우리의 다음 행선지는 Arche Nat'l Park 이 있는 Moab 시여서 95 번 North 를 타는 것이 지름길이었는데도 남하하는 길을 택했다.  남쪽 60 마일 거리에 있는 Natural Bridge Nat'l Monument 를 보자는 것이었는정작 이 Natural Bridge 보다는, 오히려 95 번 South 

 

콜로라도 강이 흐르는 Glen 협곡의 풍광

콜로라도 강이 흐르는 Glen 협곡의 풍광

 

 를 타면서 만나는 콜로라도 강이 흐르는 Glen 협곡의 아찔한 절벽, 그 협곡을 지그재그로 오르는 비포장 도로 - 협곡 아래 Hite City 는 과거 탄광이었다고 한다. -, 곳곳에 솟구친 웅장한 메사들의 광대한 풍경들이 오히려 볼거리이다.

 

 

Natural Bridge

      오늘의 여정은 지칠 정도로 길었다, 늦도록 캠핑장 등 숙소를 찾지 못하다 Blanding 시에서 겨우 사설 RV 캠핑장을 만나 그곳에 묵었다.

 

 

Canyon Land Nat'l Park

 

                                                                                                         6 월 24 일 토요일

 

      오늘 일정은 Canyon Land Nat'l Park 의 관람이다. Canyon Land 국립공원은 북서쪽에서 흘러들어오는 지류인 Green River 와 동북쪽에서 흘러 들어오는 콜로라도 강이 합류하는 연안지역으로 강을 경계로 동쪽은 Needles, 서쪽은 Maze, 삼각지역인 북쪽을 Island in Sky 지역으로 부른다고 한다.

     3 개로 구분된 높은 고원 지대가 강 주변에서 천애의 벼랑을 이루고, 그 바닥 저지대는 두꺼운 판석과 같이 평평한 지각을 형성하다가 다시 좁고 깊게 파이며 사실상 콜로라도 강은 이 3 층 구조의 밑바닥으로 탁한 물줄기를 흘리기 되는데, 그 자체들이 또한 Canyon 들의 지류를 이루어 10여개의 canyon 군을 형성함으로서 ‘협곡의 나라’ 라고 의역될 수 있는 Canyon Land 라는 지명이 붙여졌으리라.

 

     Blanding 캠핑장에서 나와 북상하며 Needles 쪽으로 달리다, News Paper Rock 이라는 표지판을 보고 호기심에서 방향을 틀었다. Newspaper Rock 은 고대 인디언들의 암벽화( Petrograph ). 거대한 바위 절벽 하부 모퉁이, 자연적 처마로 비를 피할 수 있는 도톰한 바위 표면 위에 검은 바탕위에 긁어 그린 듯, 마치 이응로 화백의 문자추상화를 연상 시키는 사람 모습, 동물모습, 상형 문자 같은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이 암벽화를 어떤 의미에서 Newspaper Rock 이라고 명명하였을까. 원시시대의 Billboard 를 연상 한 것일까. 실은 학자들도 그 의미는 아직 풀이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인디안 조상들의 작품임에야 의심의 여지가 없는데

 

Newspaper Rock 의 Petrograph

  그 관광자원의 보호에서 활용에서나 학문적인 연구 분야에서도 정작 당사자 인디언들은 전혀 배제된 모양이니 딱할 뿐이다.   Newspaper Rock 을 본 후 Needles 관람은 포기하고 돌아 나와 Moab 을 지나 국립공원 북동쪽 Island in Sky 지역으로 이동 했다.

 

 

     유타 주의 국립공원들을 보면서 공통적인 느낌은, 어쩌면 우리 인간의 시간으로 보면 태고의 시점에 생긴 지각 표면의 아직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보는 느낌이다. 광대한 협곡, 양안의 Mesa 와 그 천애 벼랑, 그 채색 같은 지층 단면의 화려함 등,

콜로라도강은 협곡 저지대 밑바닥 평평한 대지에 다시 깊은 협곡을 파내어 다시 Mesa 와 벼랑을 만들며 좁게 사행을 이루며 도도히 흙탕물을 흘리고 있지만 도대체 이런 거대한 지각의 요동과 침식은 왜 이곳에서만 이렇게 강렬하게 일어났을까. 도대체 Brice Canyon 에서의 Hoodoo, Spire, Pinnacle, Fin 등의 풍화 침식을 일으킨 풍우는 또 어디로 간 것일까. 6월 하순의 유타 주의 하늘과 땅은 바람과 구름 한 점 없이 뜨거운 열기만 뿜고 있다.

 

저 협곡 밑바닥에 다시 파인 제 2세대 협곡, 그 아래로 콜로라도 강이 흐른다.

 

 

       Island in Sky 지역의 다른 볼거리는 아마 혜성과의 충돌로 생겼을 것이라고 하는 Upheaval 웅덩이의 아담한(?) 장관, 천애 벼랑위에 있는 Mesa Arch 등이 더해지는데, 이들의 하나하나가 Canyon Land 국립공원이 Grand Canyon 이나 Zion, Brice Canyon 등의 아류가 아닌 그 맹주의 위상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Canyonland 관광 후 그 옆의 Dead Horse State Park 를 관람하고 Moab 의 KOA캠핑장에서 들었다.

 

 

 

 

 

 

Arches National Park

                                                                                                          6 월 25 일 일요일

 

       유타주에 와서는 야생토끼가 자주 주위에 얼쩡거린다. 그제에도 Cannonvill 에서는 차도로 뛰어 들더니, 어제 오늘은 아침 운동 시간에 주위를 맴돈다. 집토끼보다는 크기가 작고 수척해 보이는 이곳 야생토끼들은 사람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다. 가까이 가도 피하지 않고 손을 뻗으면 그제야 살짝 옆으로 비켜선다.

 

 

벌 새 (humming bird )

     점점 유타 주의 더위에 질려갔다. 대낮의 태양 볕의 따가움과 더위는 조금만 노출되면 더위를 먹을 것 같이 뜨겁다. 그나마 평소의 체력 단련으로 2 시간 정도의 하이킹은 가능 하지만 그 이상은 도저히 감당이 안 될 것 같다. 그런데도 저녁은 선선하고 새벽은 한기가 느껴지니 다행이다.      그래서 일정 중, 하고 싶은 하이킹은 아침 일찍 1시간 내지 2시간 정도 하고, 나머지는 차를 몰고 곳곳의 Lookout 나 Viewpoint에서 살짝 내려 사진을 재빨리 찍고 시원한 차안으로 도망쳐 들어오고는 한다.

 

      오늘은 일정은 Arches National Park 관람이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7시 반에 출발하여 191 번 도로를 타고 북상하여 8 시 이전에는 공원 입구를 넘어 섰다.

 

급격히  고도를 높이는 공원 입구 원경

                        

       Arches Nat'l Park 는 그동안 보아온 다른 공원과는 입구에서부터 다른 느낌이 든다. 공원 입구에 다가가면, 마치 만리장성, 아니 그 스케일이나 재질에서는 그 것을 훨씬 능가하는 신이 쌓은 축성 같은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암벽들이 시야를 좁힌다. 마치 황제나라 방문한 오랑캐 사신같이 위압감을 느끼며 Visitor Center 를 지나면 가파른 경사로 고도를 높여 Mesa 의 고지 위로 올라서는 것이다.

 

 

공원 입구를 지나  Corthouse Towers' 구역의 사암 괴석들

 

공원 입구를 지나  Court-house Towers' 구역의 사암 괴석들

 

  

      Arches 는 초반 Court-house Towers 구역 에서 어마어마한 암석 구조물로 압박해 온다. 마치 신이 만든 거대한 신전 같은 자연의 벽들, 허물어진 신전 같은 입체형 암반들이 들어 찬 이 바위 지대를 벗어나면, 다소 규모가 작아진, 모형과 Arche 들이 보이는 벌판을 지난다.

 

 

진흙 소조의 초벌구이 같은 바위들

 

       이곳부터는 바위들은 표현하자면 소조 작품을 위한 진흙 모형의 초벌구이 같은 모습이다. Capitol Reef 의 그것이 석조조각을 위한 초벌 작업의 모습이라면 여기는 빗어 만드는 소조 작품의 초벌 모습이라고나 할까. 많은 것들이 각각의 전설을 만들고, 아니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어떤 이야기와 쉽게 연결시킬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모습들이라 신기하다.     우리는 신선한 아침나절에 Trail Hiking 할 요량으로 먼저 가장 깊이 있는 Devil Garden Trail 로 직행 했다. 이 Trail 의 끝부분은 Double O Arch 로 왕복6.4 km 왕복 구간인데, 우리는 중간의 Navajo Arch 까지 구간만 하이킹 했다. 약 두 시간의 코스다.

Tunnel Arch, Pine Tree Arch, Wall Arch, Landscape Arch, Partition Arch, Navajo Arch 를 순서대로 구경했다. Trail 의 Arch 는 그 바위 재질이 사암 재질로 이 구역의 다른 아치들보다 재질이 단단한 것이 특징. 각양의 아치를 옆에서 뒤에서 위에서 보며, 시원한 그늘에서는 쉬어 가며 행군을 했다. 특히 Partition Arch 에서는 그늘이 시원하고 Arch 를 통하여 보는 공원의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 노닥거리며 많은 시간을 쉬었다.

 

      여기에서 30 대 초반의 예절 바르고 밝은 성격의 교포 여자 여행자를 만났다.    9 살에 미국에 이민 왔고, 대학에서 만난 필리핀 남자와 결혼하여 메릴랜드에서 살다, 직장 관계로 LA로 이사를 하게 되어, 짐은 따로 부치고 부부는 승용차로 횡단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반갑기도 하고 그녀와 그 남편 필리핀인의 착한 얼굴이 호감이 가서, 쉬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Devil Garden Trail 의 Arch 들

       그녀가 오는 길에 들른 콜로라도의 Rocky Mt 국립공원이 아주 좋더라고 해서 유타의 살인적 더위에 지친 우리 일행들을 솔깃하게 했는데, 그래서 결국은 Mesa Verdi 와 Monument Valley로 바로 가려던 계획을 변경하여 다음 행선지를 Rocky Mt 국립공원으로 파크로 바꾸기로 하였다.

 

Delicate Arch 의 근경
Delicate Arch 의 원경

 

  Trail 하이킹을 마치고 들른 곳은 Delicate Arch. 보는 각도에 따라 거대한 바위 반석위에 청바지를 입고 다리를 벌리고 있는 사람의 하체 모습 같기도 하고, 거친 원형 문틀 같기도 한 이 아치는, 귀국해서 보니 어떤 TV 광고에 나오는 것을 보았는데 옆면이 깎아지른 벼랑인 큰 암석기단 위에 올라앉은 이 아치를 과연 Delicate Arch 라고 밖에 할 수 없다.

 

Balance Rock 앞에서

 

 

  다음에 찾은 곳이 ‘the Window Section' 구역’. 이곳에서도 약 1시간의 Trail 하이킹을 했다. 주위에 널린 거의 모든 암석들이 아치형을 이루며 가운데 구멍이 뚫려있다. 여기에서는 아치가 아닌 것이나 Natural Bridge 가 아닌 것은 바위가 아니라고 할 정도로 곳곳이 아치로 널려 있었다.

  Window Section 초입의 Balance Rock 도 일품. 단단한 재질의 사암(Sand stone) 이 그보다 재질이 약한 토성암(Mud stone) 기둥위에 아슬아슬한 균형을 이루며 어림할 수 없는 세월동안 얹혀 있다는 것을 혜량하는 것이 핵심 포인트이다.

 

the Window Section' 구역의 여러 풍경들

 

입구 부근의 Court House Towers View Point 와 Park Avenue 에서 초반에 서두르는 서슬에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휴식을 취하며 보충하고, 3 시경에 Arches Nat'l Park 의 여정을 끝내고 마켓에 둘러 식품 등을 보충한 후 바로 유타 주를 떠나 콜로라도로 향했다. 유타 주로 부터의 탈출. 더위와 괴팍스런 지형으로 부터의 탈출이다.

콜로라도 주 경계를 지나 30 마일 선상에 있는 Great Junction KOA 캠핑장에 저녁 둥지를 틀었다.

 

 

 

 

로키 산 국립공원

 

 

                                                                                                       6 월 26 일 월요일

  유타 주를 벗어나 I-70 east 를 타고 콜로라도 주 경계를 넘으면 앞에 펼쳐지는 전망은 나무 하나 없는 회색의 산맥이다. 큰 산맥이 모래를 뒤집어 쓴 것 같은 인상이다. 처음에는 앞을 가로막나 싶더니 어느 결에 길옆으로 비켜섰구나 싶었는데 우리는 계곡을 통과하고 있었다.

  콜로라도 주에 들어서서부터 상당 시간동안 차는 콜로라도 강과 철도를 옆에 끼고 달리는데. 주위의 풍광도 사막지역의 모습을 벗어나, 완만한 경사면에 오밀조밀 취락지역을 형성하는 전원 풍경이 나타나는데 마치 우리나라 강원도 시골길을 달리는 느낌까지 들었다.

 

  Rocky Mt. 국립공원은 제일 높은 도로의 고도가 3,715 m 에 이르는 고산 지역이다. 정상 부근은 수림이 없는 초원지대를 형성하기도 하나 3,000m 인근에서도 침엽수가 자라고 호수가 있고 엘크 같은 동물이 보인다. 3,700 m 상에서 거의 고산병 증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주위에 수목들이 많아서 인가 보다.

정상 부근은 거의 우리의 백두산 정상 같은 고산지역 식물군락을 보이는데 다양성 측면에서는 백두산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훨씬 고도가 낮은 백두산 보다 춥지 않고 삭막하지 않다. 산 정상들을 연결하는 Trail Ridge Road 로 차를 몰며 곳곳의 View Point 에서 사진을 찍거나 짧은 하이킹을 하며 어제까지의 더위를 식혔다.

 

 

  

  Rocky Mt.국립공원을 서에서 동으로 관통하여 동쪽입구 근처의 Estes Park KOA에 자리 잡았다. 시설은 별것 없는데 캠핑장은 만원이어서 한구석에 겨우 허술한 자리가 하나 남아 있었다.

 

 

  Rocky Mt. Nat'l Park 의 특색은, 이산이 록키산맥의 주봉의 역할을 하며 소위 Great Continental Devide 선상에 있어 미대륙의 강들의 방향을 동서로 분리하는 분수령이 되고 있다는 것과, 미국의 대공황 시기에 여기에 저수지와 수로용 터널을 뚫어 서쪽으로 흐르는 물줄기를 동쪽으로 이끌어 산맥 동편의 대평원으로 물을 이끌어 대는 공사를 한 현장이기도 했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유타 주등 인근 평원과 건조지대 기후에 질린 사람들에게 청량제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6 월 27 일 일요일

 

  Rocky 산 국립공원에는 1 년에 연 2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린다고 한다. 공원 동편에는 두 줄기의 자동차도로가 있는데, 한곳은 Bear Lake Route 이고, 한곳은 Morane Park Route 이다. 특히 Bear Lake Park Route 는 곳곳에 작은 규모의 호수가 있어 아름답다고 한다. 호수의 대다수가 2,500 ~ 3,000m 높이의 자연호수로 침엽수림에 덮여 있는 모습이 차가울 정도로 아름답다. 얼마 전부터 공원당국이 이곳의 교통체증과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하여 15 분 간격으로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호수

 

     오늘은 공원의 동편을 이른 시간에 빨리 돌아 볼 요량으로 Bear Lake Area 로 차를 몰았다. 셔틀버스 이용은 강제 조항은 아니다. Bear Lake 주차장에서 주차 하고 입장을 하려니 Ranger 들이 다가와 주차장이 협소해서 대형차는 주차할 수 없으니 다시 내려가 공영주차장에 주차시키고 셔틀버스를 타고 오란다. 3 명의 ranger 가 다가와 진지하게 설명하는데 미안하기는 했지만, 다시 내려가서 다시 버스를 타고 올 수는 없는 일. 사정을 해서 약간의 여유를 얻어 Bear Lake를 서둘러 돌아보고, 내려오다 중간의 Sprague Lake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호수를 한 바퀴 산책하였다.

 

     이곳의 호수는 주위의 4,000 m 급 일부 빙하의 흔적들이 보이는 산봉우리들과 침엽수림대와 잘 정비된 산책로가 꽤 아름다웠으나 이미 미국 전역의 국립공원을 섭렵한 우리들에게는 시간을 더 빼앗길 만큼 유혹적이지는 않았다. 어떤 면에서는 특징이 없는 곳이기도 한데 사람들이 그렇게 몰리는 것은 주변의 건조한 기후와 열기에 지친 사람들에게 청량감을 되찾아 주는 가까운 장소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9 시 경에 Rocky Mt 국립공원을 나와 ‘콜로라도 스프링스’ 로 향했다. 한때, 굴지의 금광이 있던 지역으로, 폐광 후, 카지노 등을 건설하여 다시 활력을 찾은 도시라는 것이 KOA 안내 책자의 내용인데, 어쨌든 그곳의 Garden of God 와 Pike Peak (4,800m 급) 와 그곳의 등산 열차 (Cog Rail Road) 가 좋을 것 같아 여행일정에 잡았다. 그러나, Garden of the God 는 일테면 Arches Nat'l Park 의 한 귀퉁이에 있는 토성암 봉우리 몇 개로 이루어진 동네공원 수준이었고, Cog Rail Road 는 왕복 3시간 반이 걸린다 - 정상에서 유락 시설을 이용하게 하려는 의도인 듯 - 고 하여 포기 하고, 내쳐 달려 Sand Dune Nat'l Park 인근 Alamosa KOA 캠핑장에 차를 대었다.     원래 계획은 오늘은 Rocky Mt 국립공원에서 하루 더 쉴 예정이었는데   뛰어넘어  ,360 마일이나 내달아 일정을 상당히 앞당기게 되었다. 어쩌면 포기 하였던 Mesa Verde 와 Monument Valley 를 모두 구경할 수 있을 것 같다. 

 

 

      Alamosa 인근은 건조 지역으로 메마른 광야의 모습인데, 우리가 달리는 동안에는 천둥 번개와 비바람이 몰아치더니. 비가 뜸해진 후에는 지평으로 모래바람이 마치 초원에 불길이 흔들리 듯 일렁이며 불었다. 참 넓은 땅의 오묘한 자연의 조화를 겪는구나 싶었다.

 

 

Great Sand Dune Nat'l Park & Mesa Verdi Nat'l Park

                                                                                                       6 월 28 일 수요일

 

  Great Sand Dune Nat'l Park 는 일련의 모래 산의 연산이다. 그 모래 들이 어디서 나왔고 어떻게 그렇게 높게 쌓일 수 있었는지는 학자들도 완전히 규명하지 못했다고 한다. 알이 굵은 모래들은 아마 인근의 큰 산줄기로부터, 알이 작은 모래들은 60 마일 정도 떨어진 San Juan 산줄기들로부터 불어 왔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는데 홍수설과 바람설이 있다고 한다. 아마 어제 천둥 번개와 함께 .휘날리며 몰려다니던 그런 모래 바람이라면 수십만 년을 두고 그런 모래산을 만들 수 있겠다. 

 

  주위의 바위산들의 산줄기를 배경으로 그보다 낮은 - 그러나 우리 규모로는 거대한 모래 산맥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신비스럽다. 그리고 그 앞은 또 광활하고 메마른 반사막의 평원과 웅덩이만한 호수 등등이 ...

 

 

  Great Sand Dune 국립공원을 2 시간 만에 마스터하고 Alamosa 를 떠나 160 번 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Mesa Verdi Nat'l Park 을 향하여 나아갔다. 지도에 160 번 도로가 굴곡이 심하고 산악지대를 통과 하는 것으로 표시되어 있어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 했는데 예상 외로 평균 50 마일의 속도를 유지하며 잘 달릴 수 있었다. 주위에 흐르는 물줄기는 ‘리오그란데 강이고, 주위 산들의 풍광은 차라리 우리 한국의 산촌 모습을 닮았다.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 Nabajo Lake 주립공원으로 우회하는 바람에 시간이 지체되기도 했지만 오후 3시경에 오늘의 목표인 Mesa Verdi Nat'l Park 입구에 도착 했다. Mesa Verde 란 Mesa 는 Table, Verde 는 Green 의 스페인어라고 하니

‘푸른색의 위가 평평한 바위산’ 이란 뜻인데, 풍광과 분위기가 입구부터 색다르다. 160 번 도로의 공원 방향 진입로에서 3~4 마일 달려 공원 입구를 통과 하면, 의례 있기 마련인 Visitor Center 는 18 마일을 더 진입해야 있다는 안내표지가 있다. 18 마일이라... ! 의아하게 느끼어 앞을 바라보면 바로 좌측으로 높게 다가서는 위가 잘린 원뿔형 토성암 위에 우뚝 솟아 있는 원통형 바위 - 우주선 캡슐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신기하게 생긴 바위산을 힐긋대며, 차는 경사진 도로를 기어오르며 고도를 높인다. 소위 Mesa 윗면으로 오르기 위해 옆 벼랑을 기어오르는 것이다.

 

Mesa Verde 초입의 원통형 바위

 

Mesa Verde 벼랑의 고대 인디안 주거지 ;Spruce Tree House' 전경

 

      이곳 Mesa Verde 에는 지금부터 1,400 년 전부터 700 년 전까지 인류학자들이 Anasazi - 나바호족 언어로는 ‘Ancient Enemy' 라는 뜻 이라고 한다. - 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이곳 사암으로 이루어진 Mesa 절벽의 벼랑 위 절벽 면에 둥글게 파진 공간 - Alcove - 에 돌을 다듬어 만든 벽돌로 집을 짓고, 집단 거주하여 살다가, 지금으로부터 700 전에 원인 모르게 사라졌다고 한다. 학자들은 이들을 “푸에불로 족’ 조상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그들이 이 난공불락의 주거지에 돌벽돌로 집을 짓고, 창고도 만들고, 지하에는 공동거실도 만드는 용의주도한 문명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그들보다 덜 문명적이었을 것이 분명한 나바호족에 의해 역사의 장에서 사라졌을까 하는 호기심이 일었다.

      이곳에는 주거 흔적만 600 여 곳에 이른다고 하며, 수 만점의 유물이 발견되었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 가운데 ‘Spruce Tree House' 한 곳만을 관람 했다. 공동 아파트같은 규모로 충분히 수십 명 이상의 대가족이 함께 거주 할 수 있는 공간이 절벽 끝의 파여진 공간 ( Alcove) 을 따라 제비집 같이 돌벽돌로 벽과 바닥과 창틀을 꾸며 문명 수준이 상당하였음을 보여 준다.

 

국립 공원관리인들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

 

      이외의 곳은 반나절 40불, 하루 65 불에 Visitor Center 에서 티켓을 구입하면 가이드 안내 투어로 관람할 수 있다고 하는데, 업무시간이 종료되어 보지 못했다.

5시 반경에 관람을 끝내고 Cortez 에 있는 KOA 캠핑장에 묵었다.

 

 

 

6 편 여행의 마무리

 

 

Monument Valley Navajo tribe Park                     

                                                                                       

 

 6 월 29 일 목요일

Monument Valley Navajo Tribe Park에서 집사람과

      우리가 지나고 있는 유타, 콜로라도주의 각 국립공원들이 모두 평균고도 2,000 m 를 넘는다. 그래서 때로는 소화가 잘 안 된다든지 머리가 아프다든지 하는 증세가 나타나는가 보다. 아니면 이제는 우리의 두 달 여행에 막판에 들어 서서히 정리해 가는 기분이라서 긴장도 풀린 때문일까.

 

     오늘은 160 번 도로를 타고 서진하여 Monument Valley 를 보려는 당초 예정인데, 사전 조사를 하지 않아, 우리가 보려는 것이 Monument Valley Navajo Tribe Park 인지, Monument Valley Nat'l Monument 인지 확신이 서지 않은 상태에서 차를 몰았다. 이럴 때는 두 개를 다 보는 수밖에 ...

 

Monument Valley Navajo Tribe Park 인근 풍경

 

      정답은 Monument Valley Navajo Tribal Park. Tribal Park 이라 별 것 아니겠지 하는 예측은 금물.. 죤 웨인 영화의 배경이기도 했다는 곳이 이곳이다..  이 공원은 Navajo 족 인디언들이 자치적으로 운영하며, 입장료는 1 인당 5 불을 받는다. Visitor Center 가 있는데, 다른 공원들과 달리, 근무자인 인디언들이 특유의 무표정과 권태로운 표정들을 보이고 있어 맥이 빠진다. 이 아름답고 어마어마한 관광 자원을 가지고 맥없이 1 인당 겨우 5 불 씩 챙기고 있는 이들이 처량해 보였다. Jeep Tour 도 있고 기념품 가게도 있지만 고객은 별로 없이 인디안 종업원만 하품을 하고 있다. 왜 그런지 이들 인디언의 존재가 이 좋은 관광자원의 가치를 절하 시키는 것 같아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Monument Valley Navajo Tribe Park 인근 풍경

 

 

Monument Valley Nat'l Monument 의 고대 인디안 주거지인 Alcobe. 주거 흔적이 깨알 같이 보인다.

 

       Monument Valley Nat'l Monument 는 Mesa Verde 와 같은 고대 인디언의 주거 유적지였다. 역시 높은 절벽의 거대한 알코브 안에 돌로 벽돌을 만들어 집단 주거지를 만들었다. 그중의 대표격인 것은 Sandal Trail 끝자락 Betakin Overlook 에서 조망 할 수 있는데, 크게 반구형으로 파인 절벽면의 큰 Alcove 는 지름이 140 m, 높이가 100m , 폭이 45 m 크기로 망원경으로 관찰 할 수 있는 주거의모양이 맨눈으로는 마치 알코브 안에 깔아 놓은 받침돌처럼 아스라이 적게 보인다.

 

       Flafstaff 의 KOA 에는 5 시경 도착하여 인근의 Shopping Mall 에서 부식 등을 마련하고 간단히 맥주로 무사여행을 자축했다. 이것으로 거의 두 달에 걸친 미국 일주 여행의 공식 일정은 끝났다. 다음 주 월요일 RV 의 반납일 까지는 LA 로 이동하며 정리할 일만 남은 셈.

 

 

Los Angeles 주변                                                    

                                                                                       6 월 30 일 금요일

 

  Flagstaff 인근은 수목이 제법 울창하다. 그래서 89번을 타고 내려오면서 애리조나주 북부 지역만 황야인가 보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Flagstaff 에서의 하룻밤은 한기를 느끼며 혹시 곰이라도 어슬렁거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느끼며 보낸 밤이었다. 그러나 다시 I-40 번을 타고 서진하면서 다시 회색으로 변하는 풍경을 대하고, 그리고 캘리포니아주 경계를 지나 LA 인근 Victorvill 의 KOA 캠핑장에 들기까지 그 황량함과 뜨거운 열기를 격고는 이곳이 과연 지구인들이 모두 열망하는 미국 땅이 맞나 싶었다. 어쩌면 LA 가 100마일도 남아있지 않은 이곳이 이렇게 덥고 메마를 수 있을까. (올해는 이상 기온으로 이지역의 혹서가 심각했다고 한다.)  다음 화요일이 독립 기념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Long  Weekend 를 즐기기 때문에 캠핑장은 빈자리 없이 만원이었다.

 

LA; 인근 해변 에서
해변 풍경

 

 

 

San Diego  

                    

                                                                                         7 월 1 일 토요일

 

        오늘의 일정은 내일 숙박 예정인 Pomona /Fairplex KOA 캠핑장으로 이동하여 Elmonte RV 반납장소 확인하는 것이지만, 오늘  숙영할 캠핑장을 예약하지 않았기 때문에 캠핑장을 확보하는 것도 큰일 중의 하나였다. 마침 Pomona/Fairplex KOA 캠핑장에 오늘 빈 곳이 있다고 해서 한숨을 돌렸다. 단 Full Hookup 이 아니고 물과 전기만 가능하다고 한다.

 

        인근의 Hertz 사무실을 찾아가 시보레의 Mariv 차를 렌트했다. 젊은 아가씨가 일을 처리하는데 처리속도가 늦다. 능숙하게 처리하는 부분이 없이, 모든 것을 상사에게 확인 하며 처리한다. 최종 처리를 하고는, 차를 확인시켜주며 시간을 많이 끌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다. 미국 와서 처음 받아보는 이런 식의 사과라 마음이 풀려 ‘ 뭐 미국 와서 한두 번 당한 일이 아니다’며 너스레를 떨었더니 자기가 신참이라 그렇다고 해명 했다.  

 

       RV 는 캠핑장에 주차시키고 Mariv 로 San Diego 를 다녀왔다. LA에서 San Diego 사이의 곳곳에 아름답고 활발한 해변의 모습을 즐길 수 있었다. 샌디에고에서는 Hothon Plaza 에서 아이쇼핑과 저녁을 하고 저녁 여덟시에 출발하여 Pamona KOA캠핑장에는 10시 반경에 도착 했다.

 

      Victorville에서 Pamona 까지, 그리고 Pamona 에서 LA 시가지를 주행하다 보면, 한국 사람들이 다소 환상을 가지고 있는 LA 라는 곳이 이렇게 삭막하고 보잘 것 없는 곳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메마른 들판, 1 에이커에 4 불 몇 센트라는 부동산 광고판, 어수선하게 널려 있는 집들, LA 근교는 우리 생각에 한참 후진국의 그것인양 어수선하고 뜨겁고 메말랐다. 해변 Beach 에까지 선인장이 자라고 있는 것을 보며, 전혀 의외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내가 LA 에 익숙하지 않은 때문일까.

 

 

 

                                                                                                                                        7 월 2 일 일요일

       내일 차를 반납하기 위하여 짐을 정리하고 그동안 고장 한번 없이 잘 달려 주었던 우리의 Motorhome 을 청소하고 가다듬어야 했다. 그래도 시원한 기운이 있는 오전 중에 일을 끝내기 위하여, 아침을 먹고 바로 짐을 꾸리고 차 바닥을 세제로 닦고, 냉장고의 김치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세제로 닦고 하는 일련의 작업을 했다. 끝났을 때에는 바로 점심을 먹어야 할 만큼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곳 한낮의 더위는 참지 못할 정도이다. 짐정리와 청소를 끝내고 점심을 먹고는 차안에 에어컨을 켜 놓고 한숨을 쉬다가, 3 시경에 Monclair - 승용차 렌트한 곳 - 에 쇼핑몰이 있었던 것을 생각해 내고는 승용차를 몰고 그곳으로 가서 냉방 시설이 좋은 쇼핑 몰에서 서너 시간을 보냈다. 단순히 더위를 피해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

 

 

                             .

 

산타 바바라                                                                                                              

 

  

7 월 3 일 월요일

Santa Barbara 는 스페인 풍의도시로 해변이 아름다웠다

 

      아침을 일찍 챙겨먹고 7시쯤 RV 반납하려 Santa Fe Spring 으로 향했다. 월요일 오전이라 상당한 지체를 예상하고 일찍 출발 한 것인데, 내일이 독립 기념일이라 징검다리 근무를 제키는 사람이 많아서 인지, 별 지체 없이 8 시 업무시작 전에 반납 장소에 도착 했다.

      차량 반납을 처리하는 직원의 일솜씨가 깔끔했다. 차를 입고하고 카운터에 앉아 있으니 30 대 중반의 스페인계 남자 직원이 나와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함께 차량 점검을 하고 정산을 해 주었다. 차량의 앞 유리 (Windshield) 에 나는 그냥 날 벌래가 부딪쳐 죽은 흔적으로 만 생각했던 것이, 유리가 깎인 흠으로 판명되어 45 불의 페널티를 부과 했을 뿐, 우리가 지불한 정비 비용 187 불, 차량 인수할 때 보다 더 많이 남은 가솔린 등에 대한 비용을 환급해 주어 150 불정도 돌려받았다.     깔끔한 용모의 이 젊어 보이는 직원은 두 아이를 입양하였다고 하는데 그중 한 아이가 한국 아이라고 한다. 군더더기 말도 없고 정중하여 아홉시도 되기 전에 반납 절차가 깔끔하게 끝나고 나니 기분이 상쾌했다. 솔직히 24,000 km 나 몰고 다녔으니 혹시 까탈을 부리지 않을까 은근이 걱정하였는데, 모두 해결하고 나니 홀가분했다. 그래서 즉흥적으로 바로 Santa Barbara 로 승용차를 달렸다. 편도 약 150 마일 거리..

       LA에서 Santa Barbara 까지의 해안은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단순한 해안선과 해안까지 치받는 산줄기로 해안 벨트에 여유 공간이 적었고, 그 해안가도 허름한 집들이 닥지닥지 붙어 있는 양이 우리 도시의 빈민 지역을 연상 시키는 지역도 있었다. 

  그러나 Santa Barbara 는 달랐다. 시야가 넓어지고, 해안에서 멀지 않은 곳에 파도를 막아주는 작은 섬들까지 있어 잔잔한 바다에서 많은 요트들과 인파들이 붐비고 있었다.  

 

 

 

시는 스페인 풍 건물이 주종을 이루고 깨끗했다. 마치 스페인의 한 도시를 보는 듯하다. 자주색 꽃이 활짝 핀 자귀나무 같기도 하고, 오동나무 같기도 한 가로수는 시원하고 향기로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고, 바람도 LA 와는 달리 시원하게 불어온다. 바둑판 같이 정비 되어 있는 도로는 차도 폭은 좁아 차들은 서행하는 반면, 보행 도로는 넓게 만들어 보행자들은 가로수 그늘 밑의 벤치에 쉬기도 하고, 상점 진열품도 기웃거리며 여유 있게 보행할 수 있어 좋았다. Cafe 같은 곳에서는 의자와 탁자를 내 놓아 노변 Cafe 도 즐길 수 있다.

 

Santa Barbara 의 성당 앞에서

 

      내일이 독립 기념일이고 학생들의 방학이 시작 되어서인지 이곳도 관광객들로 붐빈다. 숙소를 수소문하려 찾아간 Visitor Center 에서 한국계 목사 가족을 만났다. 경제적이고, 괜찮은 호텔을 찾으려고 안내인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나오니 Mrs 양이 말문을 터놓았는데 그들이 그들이다. 남편인 목사는 털털하고, 부인은 수더분하지만 활달하고 영어를 잘했다. 부부의 나이는 우리와 같은 또래인데 이제 초등학교 5 학년생인 은혜라는 딸을 데리고 연휴를 즐기려 우리같이 LA에서 차를 몰고 달려 왔단다. 아이가 명랑하고 붙임성이 있어 귀여웠다.      우리는 같은 모텔에 숙소를 정하고 그들이 바다로 길게 내 뻗은  잔교에서 잡은

 

 

 

 

 몇 마리의 바닷게로 빈약하지만 매운탕을 끓여 함께 저녁을 먹기도 했다. 그 부인은 성격이 활달하고 발이 넓어서, 10 여년 전에 이민 와서 기독교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전형 - 군대 시절 고참 사수였음 - 의 전화도 수소문해 주어서 내일 만날 약속까지 할 수 있게 해 주었고, 여행사 근무 경험이 있다는 그녀는 또 내일 LA에서 투숙할 곳도 한인이 경영하는 호텔에 실비로 예약해 주기도 했다.

 

 

미국 독립기념일.                                                                                    

 

  7 월 4 일 화요일

 

          Santa Barbara의 일정을 오전 중에 정리하고 LA 로 돌아왔다. 아름다운 Santa Barbara 해변의 모습도 바다와 친하지 않은 우리 일행들에게는 하루이상의 호기심을 주지는 않았다.

 

         오늘은 미국 독립기념일. 저녁에는 온 도시가 불꽃놀이로 화려 했다. 어제 예약해 둔 교포가 경영하는 호텔에 여장을 풀고, 우리 부부는 10여년 만에 만나는 나의 군대 시절 사수인 전형 부부와 저녁시간을 같이 보냈다. 어제 목사 부인과의 만남으로 연결된 전형과의 해후는 정말 하느님의 배려라는 생각이 든다.      군대 시절 그는 하늘같은 고참 임에도, 항상 나에게 믿음과 신뢰를 준 사람이다. 한참 아래의 신병을, 함께 야학에서 선생으로 봉사할 수 있게 이끌었고, 항상 깊은 신앙심을 나에게 전하려고 노력하던 사람이다. 군 복무 후에도 우리는 부부가 함께 어울려 교류를 하며 우의를 다졌는데, 기독교 서적 관계회사에서 근무하던 그가 미국 발령이 계기가 되고, 그가 미국에 영주를 하게 되면서 서로 연락이 끊겼었다.    전형이 자주 쓸 만한 표현을 빌리자면, 하느님은 우연한 곳에서 그의 전능하심을 보이는 것일까. 우리의 작은 방심으로 끊어졌던 연결고리를, Santa Barbara 의 일정이 예상치 않았던 재회의 기적을 마련해 주었다.

 

          젊은 시절에 만났던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면 우선 우리는 시간의 흐름이 바꾸어 놓은 서로의 모습을 즐기게 된다. 쉽지 않았을 미국 정착 생활을 보내고 이제는 어엿한 자기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전형이지만 그 두툼한 손이 주던 푸근함은 예전과 같았다. 전형의 부인 - 형수라고 부른다. - 도 우리 부부를 다시 만나서는 소녀처럼 좋아 했다. 우리는 조금이라도 더 조망이 좋은 불꽃놀이를 즐기겠다는 핑계로 LA 시내와 인근을 밤늦게까지 헤집고 다녔다.

 

 

귀    국     

                                       

          7 월 5 일 오후 1 시, LA 발 일본항공 JL 61 호 기를 타고 동경을 경유하여 귀국했다. 인천 공항 도착 시간은 한국시간으로 7 월 6 일 오후 9 시경. 공항 보세 구역 안에서 검역원에 새로 근무를 시작한 딸아이의 영접을 받았다. 어깨와 가슴에 견장과 흉장을 한 제복을 입은 모습이 아직은 어색했지만 나는 딸의 사랑스러운 모습과 여행의 완수에 대한 자부심으로 그 순간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