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의 3일
2.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의 3일
- 블라디 보스토크 에서 이르쿠츠크 까지 -
□ 2015. 8. 6.(목)
호텔 조식 후 블라디보스톡 중앙역으로 이동하였다. 블라디 보스톡역이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종착역이다보니, 기념 이정표와 - 모스코바로 부터 9,288 km 라고 표시 되어 있다. - 초기 기관차가 전시되어 있다. 역 로비의 천장화가 고풍스럽다.
11 시 출발 사베리아 횡단 열차에 탑승했다. 7 호 차량, 21-24 번좌석, 함께하는 동숙자는 카톨릭 교우인 사무엘 부부. 여행을 하며 느끼는 것은 , 여러 불만 세력의 투정에도 불구하고 , 우리 사회의 치안과 자유 개방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역광장에서 육교를 건너면 역사를 거치지 않고도 바로 프랫폼으로 입장할 수 있는데도 , 역사에 들어 가는데도 짐검색을 하고야 입장 시켰다. 그리고는 차량 탑승시에도 승무원이 30 여분동안 탑승을 허용하지 않고, 우리 팀을 프랫폼에 묶어 놓고 있다가 ,열차표 점검이 아닌 여권을 확인하고 탑승시킨다..
관광버스는 우리 버스, 현대차다. 시베리아의 버스는 대부분 한국산 중고 버스란다.
중앙역 천장화
시베리아 횡단열차 종점 이정표탑과 초기 열차 전시물.
열차 탑승에 웬 여권 검사. ?
11시 5분 기차가 출발했다. 한참을 숲과 호수와 바다를 끼고 달린다. 자연 지형과 수목이 아직은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우리의 그것과 닮았다. 한반도와 같은 자연권이다. 고대시대에는 같은 우리 문화권이었을 터인데....
우리 일행 10 명은 아파트 이웃들이고, 오랫동안 스스럼 없이 지내던 사이라 깔깔 거리며, 4 명 씩 배정된 침대칸에서 짐을 풀고 3 일간 기차여행을 위해 준비한 먹을 거리를 나누고 정리했다..
시설 점검을 해 본다. 우선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이 화장실, 화장실은 각 차량 에 양쪽에 하나씩 있다. 1개 차량에 4 명씩 입실하는 침대칸이 아홉개이니 36 명이 화장실을 2 개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용에는 불편은 없을 것이다. . 그러나 퀘퀘하게 냄새가 심하고, 변기통도 완전 구식으로 용변 후 페달을 밞으면 아래가 열리며 철길로 쏫아내는 구조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이 아니라 차라리 옛 추억으로의 회귀이다.
차량안에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으나 성능이 썩 좋은 편은 아닌데다 정차시에는 그나마 꺼버려 후덥지근 했다. 차량 내부는 통행로 한편으로 침대칸이 9 칸 나란이 배열되어 있다. 침대칸 안 구조는 일반차량에서 의자를 마주보고 않는 수준의 공간위에 머리위에 간이침대를 한층 올려 놓은 것이고, 두 침상 사이는 양쪽 승객이 마주 앉을 경우 무릅이 맞 닿는 여유 공간만 두고 있어 비좁다. 아래 침대는 접으면 그 밑에 짐들을 정리하여 넣을 수 있다.
처음에는 비좁게 느끼어졌으나 좁은 공간에 익숙해지고, 짐을 정리하고 나니 마음이 너그러워져 3 일간의 주거 공간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침대 차량 복도, 오른 쪽은 침대칸, 왼쪽은 창문
침대칸 내부, 중앙 통로 기준으로 양측에 2층 침대 배치
화장실 내부 : 변기와 세면대 : 3일 동안은 이 시설로 견디어야 한다.
복도에는 시간표가 걸려 있다. 워낙 넓어 모스크바까지 7 시간의 시간차가 있어 시간은 모스크바 표준시간으로 작성되어 있어 정차 시간들을 환산해야 한다. 우리의 승차 거리는 4,114 km , 3 일간의 여정이다. 중간 중간 2. 3분 쉬는 정류장과 10 분이상 쉬는 정류장이 있는데 편의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기차로 부터 너무 멀리 떨어지지 말라고 인솔자가 주의를 주었다.
두시간 여를 달리니 죄우로 대평원이 펼처지고, 곳곳이 늪지가 있어 자연산 연꽃이 만발하여 피어 있다. 러시아 역명을 읽을 수가 없어 불편했다. 러시아 알파벳이라도 익혀 두었어야 했는데 .....
좌우로 누렇게 익어가는 밀밭이 망마아하게 펼쳐지기도 한다. 초지의 특성은 구분하라면 다소 습한 초원 풍경이다.
침대에 누우니 출렁거리며, 단조롭고 규칙적인 바퀴소리가 나른하게 닥아온다. . 어린 시절 기차길 옆, 달리는 기차 소리에 느끼던 편안함이 생각났다. 밤중에는 천둥 번개가 치며 세찬 빗줄기가 차창을 때린다. 정말 오랫만에 어린시절 향수에 젖어 보는 밤이다. 시골집 대청마루에 누워 천둥번개의 폭우가 쏟아지던 밤, 그 밤도 그리워졌다.
2015. 8. 7.(금)
현지 시간으로 6 시에 일어났다. 오래 잔 것은 아닐텐데 몸은 가볍다. 흔들리는 잠자리가 요람 같아서였을까. 오랫만에 사지에 힘이 솟구쳐 길게 기지개를 켜 본다. 아침은 마련해온 누릉지를 열차에 준비되어 있는 뜨거운 식수에 불려 배를 채웠다. 일행들의 중론이 이 긴 열차 여행이 처음에 우려했던 것 보다는 견딜만 하다는 평가이다..
9 시 반경 "벨로 그로스키"에 정차했다. 30 분간 정차 할것이라 한다. 거의 하루를 열차 안에 갇혀 지내던 일행들이 밖으로 뛰쳐 나갔다. 역 후문을 나서니 현지 노인네들이 삶은 겨란, 오이 도마도등 좌판을 펼치고 있다. 일행 부인네들은 처음에는 쭈빗거리더니, 집사람이 나서 손짓발짓으로 흥정하여 개평까지 뜯어내는 것을 보고는, 너도 나도 용기를 내어 손짓 발짓 흥정을 하여 구입을 하고는 첫경험의 승리감에 즐거워 한다. 역시 여인네들은 구술언어뿐만아니라 나오는 몸의 언어에도 탁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우쳤다. 모두 기차로 돌아와서는 그 귀중한 전리품들을 아낌없이 나눈다.
승무원과 한컷
중간 정차역 노천 장터
넓은 평지에 자작나무 숲이 펼쳐 있다. 여행중에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나무이다. 우리의 기원과 관련된 나무, 백두산 신행길 (소천지-> 천지)에서도 자작나무 숲길을 걸으며 감상에 젖었던 적이 있다. 자작나무는 박달나무과에 속한다.
풍요로운, 버려진 평원을 바라보며 서부 활극에 나오는 개척민들의 삶이 떠 올랐다. 그 곳보다 기름진 평원이 개발되지 않고 버려져 있다는 생각이 들며, 우리들이 그 개발의 주역이 되는 꿈을 그려 본다. 저 멀리 찝차를 몰고 달려 오는 이가, 적인지 친구인지를 갸름하며, 경계를 풀지 않고 기다리는 그 개척민의 삶을 상상해 보았다..
점심은 컵라면과 육계장으로 했다. , 요사이는 컵라면은 라면과 수프를 컵과 분리하여 팔기도 한다고 한다. 컵 여러장을 따로 포갤 수 있어, 다량을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겠다. 컵라면 먹기는 오랫만이라 감칠 맛이 돌았다.
저녁은 고추장 쇠고기 비빔밥으로 했다. 된장국과 참기름 소스를 비닐로 따로포장, 세트화되어 판매하는가 보다. 우리의 휴대용 인스턴트식품 수준을 이번 여행에서 확실하게 경험하게 되었다.
열차는 오늘도 습한 초원과 자작나무 밀생지역을 통과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자작나무들이 거목들이 없고, 마치 인공 조림 한 것 같이 고만 또래의 나무들로만 밀생하고 있는 것이다. 또 많은 나무들이 쓰러져 썩어 있다. . 아마 땅이 습하고, 평지라 배수가 원활치 못하여서 뿌리가 썩어 거목으로는 자라지 못하는가 보다.
옆방에 중간에 들어온 러시아 여인이 종일 잠만 자더니 우리 일행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친구와 친구의 딸과 함께 알흔섬으로 휴가를 간다고 한다. 44 살의 엄마와 16 살의 귀여운 딸이다.. 한방에 투숙하는 일행과 우리부부를 초대하여 잠시 어울렸는데 주량이 보통이 아니다. 꼬냑 두병을 해치우고 또 술을 사러가기에 우리 부부는 슬그머니 빠져 나왔다.
술이 오른 그들은 전축을 틀어 놓고 복도에 나와 춤판을 벌인다. 우리 일행 중 이 분야에 한가닥하는 부부가 있어 대작을 했는데 춤실력은 우리측이 우세했는지 슬그머니 그만두고 다시 술을 사러 간다. 그방에 함께 자는 우리 일행 부부 밤에 곤욕좀 치르게 생겼다.
기차길 옆 자작나무 숲
평 원
2015. 8. 8.(토)
지난 밤에도 푹 잘잤다. 규칙적인 리듬의 자장가, 그리고 추억의 흔들림. 밀폐된 공간에서의 생활이 남성 동료들의 속마음을 열었다. 부인들 덕분에 서로 알고 인사 치례만 하며 지내는 사이였었지만, 서로 어리고 젏은 시절, 어려운 시절의 추억을 나누며 구심점을 더듬어 갔다. 부인네들은 다른 방에 모여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깔깔거리며 노닥거리고 있다. 종업원들과의 긴장도 많이 누그러졌다. 작은 선물들과 그들이 파는 작은 상품들을 사주며..
주의의 풍경이 많이 변했다. 잡초만이 무성하던 평원이 깔끔한 초원으로 변하고 유장한 강물이 흐르고, 말과 소들이 풀을 뜯는 목장과 마을, 농장에서 일하는 농부와 강물에 배를 띄우고 있는 어부들의 모습들이 간간히 눈에 띈다.
시베리아 전원 풍경
3 일간의 기차에서의 숙식을 위해 싸들고온 휴대용 식품들이 오늘 저녁만 지니면 효용이 떨어지다보니 인심들이 후해졌다. 점심에는 함께 음식을 장만하여 모여앉아 잠담을 나누며 포식을 했다. 목장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 넓은 초원을 기계로 깎고, 곳곳에 소떼, 말떼들의 노닐고 있다. 집의 모습도 제법 모양을 갖추어 간다.
저녁을 일찍 들고 짐을 꾸렸다. 내일 새벽 6시에 하차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거북살스럽고 부담스럽던 3 일간의 기차안 생활, 샤워도 못하고, 냄새나는 구식 화장실에서 눈치보며 용변을 해결하던 익숙하지 않은 생활이 내일 새벽이면 끝이다. 낮에 간간이 잠을 자 두었는데도 꿀같이 단 저녁잠을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