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다니던 생각이 난다. 우리 부부는 참 여행을 열심히 다녔다. 80 년대 중반 처음으로 소위 자가용을 갖게 되면서, 우리는 '우리 차 !'가 혹시 게으름을 피울세라 휴일이면 두 아이를 데리고 달려 나갔다. 지방근무와 해외근무가 여행지의 폭을 넓혀 주었다. 몸의 활력이 있을 때 여행은 최선의 휴식이지 않은가 !
년초, 어느 좋은 날, 우리 부부는 오랫만에 함께 공감한 과제를 만들었다. 우리가 더 나이들기 전에 우리 자식 모두 이끌고 여행을 하자는 것. 이제는 사위, 며느리, 손주까지 있으니 모두 9 명이 되는 제법 큰 가족이 함께 하는 여행 .. 어쩌면, 우리 주도로 아이들을 데리고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비장함이 우리 부부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준비를 서둘렀다. 우선, 장소는 일에 지친 아이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하와이로 정했다.
다음은 여행 날자. 딸도 며누리도 일을하고 있어 4 명의 휴가일자 조정하자니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손주들 학교일정까지 있으니 .... 결국 이때부터 하와이 여행계획의 주도권은 아이들 손으로 넘어갔다. 우리 부부는 미국과 한국에 흩어져 있는 녀석들이 서로 휴가일정을 맞추고, 항공편 예약, 갈 곳, 숙소 예약, 랜트카 예약 등을 조정하느라 오밤중에 '까똑' 거리는 소리에 잠을 깨서, 이를 확인하고는 미소 짓는 일밖에 할 일이 없었다.
집사람이 나의 가슴에 못을 박는다. ' 아이들이 마련한 일에 이런저런 토를 달지 말아요 아빠가 이야기하면 공연히 큰 짐만 되니까 따르기만 해요' 라고 .. 어쨋거나 이 가족 여행이 우리 부부에게 갖는 의미 하나는 확실했다.. 우리 부부가 꼭 하고 싶었던 버켓리스트 하나를 지워버려도 되었으니까.
2018 년 8월 10 일
드디어 여행을 떠나는 날, 비행기는 오후 10 시,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하와이 항공이다. 마침, 손녀에게 국내 유치원 체험을 시키기 위해 며느리와 손녀가 두달간 귀국해 있어서 함께 가고, , 아들은 하와이 현지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미국행 탑승 절차가 까다롭다고 해서 서둘러 오후 6시에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그런데 발권 과정에 문제가 생겼다. 미국 여행에 '관광 e-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미국 거주 비자가 있는 며느리와 손녀는 필요없겠지 하고 받지 않았는데, e-비자가 없으면 항공권 발권을 할 수 없단다. 억지로 가더라도 미국에서 통관이 안된단다. 참 미국이라는 나라는 ... 그나저나 대사관 업무 시간도 지났는데 이를 어쩌나 !!!!
집사람과 나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했다. 몇 달에 걸쳐 준비한 계획이 물거품이 되는구나하는 두려움에 어쩔줄 몰라하는데, 그래도 아이들은 차분하고 빨랐다. 며느리가 휴대하고 있던 노트북을 꺼내 똑딱거리더니 오후 여덟시경 미대사관 홈페이지를 통해 e-비자를 받아 낸다. 그제야, 이런 사태를 아랑곳 않고 저희들끼리 즐겁게 키득거리고 있는 손주들에게 흐뭇함 눈길을 돌리며 정말 우리 시대는 지나갔구나를 실감했다.
10 시에 출발, 9 시간 날아, 호놀룰루 공항에 도착하니 8 월 10 일 정오. 시간이 꺼꾸로 갔다. ㅎㅎ 짐을 찿아, 다시 하와이섬의 코나행 비행기로 환승하는데, 또 보안 검사에 30 분 이상 걸린다. 세계 경찰을 자청한 나라의 혹이랄까 ! 그래도 응대하는 직원들의 표정은 밝다. 아이들을 얼르며 밝게 웃는다.
오후 3시10분 하와이섬 코나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청사가 휴양지의 방갈로 같아 역시 하와이구나 싶다. 기온은 30 도 정도로 올해 유난히도 더운 한국보다 시원했다. 우리가 짐을 찾는 사이 해인이가 아빠를 먼저 발견하고 달려가 안긴다. 역시 딸이야 ^-^
공항에서 렌트카 주차장까지는 순환 셔틀버스로 갔다. 우리는 Hertz에서 미리 예약해 놓은 SUV 와 승용차를 픽업해서 30 분 정도 달려 하와이섬(빅아이랜드) 서남 해안에 위치한 ' Kona Coast Resort' 에 체크인했다. 해변에 있는 고급콘도 같은 대단위 숙박시설이다. 옥외 바베큐 시설도 있고, 수영장, 헬스장도 있다. 우리는 이곳에서 3 박 할 예정이다.
짐을 정리하고 아이들은 찬거리 쇼핑을 나섰다. 오늘 저녁은 바베큐로 준비하겠다고 한다
객실의 시설이 만족스럽다. 넓은 화장실과 욕실이 딸린 침실 둘, 넓은 거실에, 부엌에는, 전기 인덕션, 냉장고, 세탁기. 빨래건조기가 구비 되어 있어 집사람은 아주 만족해 했다. 우리는 아들 부부와 객실을 함께 쓰기로 했다.
저녁은 숙소옆 바베큐 장에서 고기를 구어 먹고, 남은 고기는 객실로 가지고 와 안주삼아 맥주를 마시며 오늘 하루 뻐근했던 일정을 반추했다.
8 월 11 일 토요일
하와이 현지 시간으로 새벽 2 시 경 잠이 깨어 잠이 오지 않는다. 어제 저녁 마신 진한 에스프레소 때문일까, 시차 때문일까. 스마트폰을 켜고 어제 하루 일정을 정리했다. 어제는, 시간대 여행(?) 으로 43시간의 하루이었네 !
5시까지 뒤척이다. 거실을 보니 아들이 거실에 나와 있다. 떨치고 일어나 거실로 나와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1 년만에 만난 부자가, 잠 못이루고, 새벽에 나누는 대화이다. 대화를 나누며 내 아들이 참 많이 컷구나 느꼈다. 벌써 30 대 후반. 일반 직장도 아니고 학계이다 보니 이제는 자기 기반을 구축 할 나이인데 하는 염원이 있었는데, 이야기를 나누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식사전에 밖에 나와 아침산책을 했다. 공기가 상큼하다. 해변에도 가고 싶었는데 리조트와 해변 사이에 골프코스로 가로막혀 다음으로 미루었다.
아침을 일찍 들고, Big Island 라고도 부르는 하와이섬 관광을 나섰다.
왼쪽에 해변을끼고 한 시간여를 달린다. 도로변에 마치 봄 논두렁 태운듯한 둔턱들이 보인다. 화산재 검은 돌무더기들이다. 작은 새들이 도로상을 걸어 다니기도 한다. 차에 치여 밟힌 죽은 새들도 간간히 보인다,
'Cattle Crossing Warning' 표지판이 이체롭다. 여기도 미국이구나 싶었다.
두달만에 아빠를 만난 해인이 차안에서 그동안 한국 어린이집에서 배운 노래를 뽑내며 재롱을 부린다.



< Akaka Falls State Park >
반마일정도의 일주 트레일 코스가 있다. 시냇물을 따라 대나무와 아열대성 초목이 어울려 우거져 있는 걷기 좋은 코스이다. 몇개의 폭포들이 있는데 백미는 Akaka Fall !
일주 트레일 코스에서
Akaka Falls 동영상
동해안의 Hilo 시내 에서 점심을 들고. 칼 스미스 비치에서 꼬맹이들을 스노클링을 시키며 시간을 보내고, 오후 4시경 Mauna Kea 로 향했다. 인근의 Volcano 도 보고 싶었는데 최근의 화산 폭팔로 출입이 통제되고 있어 아쉬웠다 . 고도가 높아지며, 바람과 함께 빗방울이 날린다.
< Mauna Kea >
우리는 Mauna Kea Visitor Center 에 정차했다. 2,800 미터 고도에 있는 Visitor Center 로 엄청 추웠다. Mauna Kea 의 최고봉은 13,796 ft ( 4,140 m ) 라고 한다. 조금 남쪽의 Mauna Loa 산도 비슷한 높이이니 이 작은 섬에 4,000 m 급 산이 둘이라니 경이롭고 부럽다.
사륜구동차는 더 올라 갈 수 있다는데 관리인이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Visitor Center 계시판에는 고산 등반 위험에 대한 겁주는 경고문들이 많이 붙어 있다. 우리는 이곳에서 멎기로 했다.
아이들은 더 좋은 일몰 장관을 보겠다고 인근 봉우리로 올라가고 집사람과 나는 따라 오르다 숨이 가빠지고 힘겨워져 중도에 내려왔다. 고도 2,800 m 이 넘으니 그럴만도 했다. 잠시 휴식 후 손주들을 위해 길게 줄을 이루고 있는 토성 관찰 망원경 관람 대기줄에 서서 아이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밤이 깊어가며 하늘의 별들이 선명해 지고 은하수도 모습을 들어 낸다.
밤길을 시간반 달려 리조트로 돌아 왔다





Mauna Kea Visitor Center
8 월 12 일 일요일
잠을 푹 잤다. 아침을 먹고 10시경 나와 리조트 인근 Greenwell farms coffee tour 로 오늘 일정을 시작했다. .그리고 보니 한국에서 자주 듣던 코나커피가 바로 이 지방 커피다. 100 에이커 정도에 조성된 커피농장이다. 사무실에서 커피 시음으로 투어를 시작했다. 농장에는 오렌지, 아보카도. 망고. 파파이아등 다른 열대 과수들도 많이 보였다. 투어 가이드는 60 대 후반은 넘겼을 노파. 유쾌하고 농담을 잘해서 호감이 갔다







농장 풍경
< Pu'uhonua O Hōnaunau National Historical Park >
다음 찿은 곳은 숙소 인근에 있는 Pu'uhonua O Hōnaunau 국립 역사 공원 : 원주민 문화 소개와 함께 하와이 전형의 해변 풍광을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장소로 오래 머물며 시간을 보낼만 했다. 손녀들이 지쳐 보일 때는 기념품점에서 녀석들에게 거북과 오리 인형 따위의 인형을 고르게하여 사주면 금방 생기를 되찾는다.





< Kahalu'u Beach park >
점심은 리조트 근처의 맥도날드에서 휘시버거, .햄버거. 애플파이 맥너젯 등으로 때웠다. 유치원 시절을 뉴욕에서 보낸 아들과 딸이 어린 시절 그 때의 미각을 회상하며 담소를 나누는 것을 보며 행복 했다.
점심식사 후 수영복등을 챙겨 리조트 옆 Kahalu'u Beach Park 에서 놀았다. 해수욕장은 어제 Hilo 쪽 해수욕장 보다 좋았다. 아이들은 스노클링을 하고, 우리는 옷보따리를 지키다. 그래도 하와이 왔는데 싶어 물속에 들어가 처부덕 거렸다. 우리 해수욕장들과 다르게 바닥이 암석이라서 아쿠아 신발을 신어야 했다.

오늘은 일정은 리조트 인근이어서 여유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제는 하와이 섬에도 많이 익숙해졌다. 내일이면 오아후섬으로 떠난다. 마치 인생과 같지 않은가 ? 익숙해지면 떠나야 하는 것이 ㅎ ㅎ ㅎ
레조트에 돌아와서 아이들은 다시 리조트 내 풀장으로 가고, 나는 오랬만에 허부적 거려서인지 지쳐 푸근하게 낮잠을 잤다.한잠 자고 나니 아이들이 피자와 과일.맥주를 준비해 두고 있었다. 둘러 앉아 한참 노닥거렸다. 이렇게 부모형제들이 모여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 많을까. 모두 추억 이야기이지. 아빠 엄마와 같이 했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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