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의 향기/한시 산책 5

2. 無 何 有 의 세 계

今子有大樹 患其無用 何不樹之 於無何有之鄕 廣莫之野 彷徨乎 無爲其側 逍遙乎 寢臥其下 逍遙遊篇 지금 그대 큰 나무를 가지고 그 쓰임새가 없음을 근심하는가! 왜 그것을 無何有 의 곳 넓은 들에 심어 두고 그 곁에서 노닐고 소요하다 그 아래 無爲하며 쉬지 않는가 소요유편 古文眞寶 (시편)을 들척이다가 마주친 한편의 한문 구절이다. 노장 사상이라면 젊은 시절에는 회피적이고 다소 퇴폐적인 옛 사조로 덮어 두고 있었는데 이 육순의 나이에는 왜 이 구절이 빨려들듯이 가슴속 가까이 편안하게 다가오는 것일까 !. 나에게 큰 재주가 있었던가 ? 그에 걸맞는 쓰임새가 없어 세상에 서운했던 적이 있기라도 했었단 말인가 ? 그러나, 이제는 왠지 이 無何有의 세계에서 나도 공허한 마음을 달래며 안식을 얻었으면 좋겠다. 흘러온 세월..

1. 詠 井 中 月 (우물 속의 달을 노래함)

詠 井 中 月 山 僧 貪 月 色 竝 汲 一 壺 中 到 寺 方 應 覺 甁 傾 月 赤 空 -우물 속의 달을 노래하다- 산승이 달빛을 탐하는가 함께 길어 호리병에 담누나 산사에 닿으면 바로 알리라 병 기우려도 달 없는 것을 고려 시대 때의 문신 이규보(李奎報)의 詩 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英雄詩인 '동명왕편'을 지은 그는 무인정권 시절 당대의 명문장가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五言絶句의 이 詩는 불교의 大覺의 경지를 노래합니다. 고적한 산속, 어둠, 샘터같은 우물, 그위에 어른거리는 형형한 달 그 달을 호리병으로 길어 올려 찻물을 끓이는 산승은 色과 空이 다르지 않음의 진리를 이미 깨닳은 분일 것입니다. 각 구의 끝 글자(脚韻)를 모으면 色中覺空(색에서 공을 깨닳음)이 되는 절묘한 구성입니다. 불경 '금강반야 ..